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남영진 KBS 이사장에게 해임 건의 절차를 사전 통지하고 소명 의견을 내라고 요청했다. 방통위는 25일 자료를 통해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 건의 추진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고 이에 대해 남 이사장에게 소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우선 남 이사장이 KBS의 방만 경영을 방치함으로써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국회 및 방통위와 감사원 등이 KBS 고액연봉 상위직급 문제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이에 대해 어떠한 개선 요구도 없이 KBS를 방치함으로써 관리·감독의무를 해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등을 개선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인상하고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를 지속하는 등 관리·감독의무를 해태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또 “KBS가 적자 상황에서도 인건비를 감축하는 대신 제작비를 축소하고,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로서의 역할 수행을 소홀히 하도록 방치했다”면서 “이사회가 KBS의 방송용 사옥 신축계획 무단 중단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이사회 의장으로서 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두 번째로 남 이사장이 불법 행위로 구속된 윤석년 전 이사의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키고, 경영평가 내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 TV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불법적 조작행위로 구속된 윤석년 이사의 해임건의안을 부결시켜 이사회 운영에 직접적 차질을 초래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KBS 경영평가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평가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남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짚으며, KBS 이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에 앞서 지난 24일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정부‧여당 추천 인사인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주도로 남 이사장의 해임 제청을 추진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다음 달 9일 남 이사장을 불러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에 대한 청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방통위가 해임 제청안을 의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남 이사장은 해임된다.
한편, 방통위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문제와 연루된 정미정 EBS 이사에 대해서도 해임 건의 절차를 통지하고 소명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정미정 EBS 이사에 대해서는 10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에서 청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