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오는 18일부터 방영될 에피소드에 나오는 ‘별이’다. 국내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자폐아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16일 EBS는 “발달 장애 아동의 특성을 알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EBS 제작진은 ‘별이’ 캐릭터에 “몸이나 팔을 흔드는 상동 행동을 보이고, 소음에 민감하며, 자동차 장난감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성격적 특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탈 것 장난감을 보고 어려운 이름까지 척척 맞히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동차 경적 등 소음과 빛이 주는 자극에 예민해하는 모습으로 연출했다.
EBS는 그러면서 “감각이 무척 예민하고, 눈 맞춤이 안 되거나 짧으며, 언어발달 지연 등 수많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을 살핀 후, 캐릭터 ‘별이’를 일반적이되 특수 교육을 꾸준히 받아 온 유아로 설정했다”고 했다.
‘별이’가 처음 등장하는 ‘안녕, 별아’ 편에서는 ‘딩동댕 유치원’의 친구들이 ‘별이’를 만나게 되고, 든든한 선생님 ‘딩동샘’을 통해 유아·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별이’만의 특징을 전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별이의 생각을 알고, 또 이해한다면 우리는 벌써 친구가 될 준비가 된 거야!”
EBS 제작진은 ‘별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장애의 특성이 아니라 언어적인 표현으로 장애의 특징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자문, 관련 서적은 물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 가족과 인터뷰하고, 교육과 일상을 담은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참조했다”고 했다.
‘별이’를 연기할 손 인형 연기자와 담당 성우도 연구와 연습을 거듭했다. 잘못된 정보와 편견은 장애 아동에 대한 배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유아·어린이에게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정확하고 왜곡 없이 그려 이해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EBS는 “‘발달장애’ 아동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며, ‘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에선 2017년 4월 공영방송 PBS의 유명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폐아 캐릭터가 등장한 바 있다. ‘줄리아’라는 이름의 여자 인형으로, 48년 방송 역사상 첫 자폐아 캐릭터였다.
네 살인 줄리아는 그림 그리기에 열중할 땐 친구들이 불러도 반응하지 않고, 갑자기 웃거나 이상한 소리를 낸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놀라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줄리아를 통해 시청자에게 자폐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