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이 익숙한 실로폰 소리가 들리면 자동 반사처럼 나오던 “전국~ 노래자랑!”. 여기에 “빰빰빰 빰빰 빠~빠~”까지 더해지면 어깨춤을 더하며 목청 높여 따라 부르던 것이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딩동댕동~”을 들려주면 “전부~노래잘함!”을 외칠 수도 있다. 개그맨 문세윤이 진행하는 인기 유튜브 콘텐츠 ‘전부노래잘함’의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바로 “전부~ 노래잘함”을 시원하게 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40년 가까이 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KBS1 ‘전국노래자랑’의 인기가 이전과 달리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노래자랑은 개그우먼 김신영이 지난해 10월 새롭게 마이크를 잡은 첫 주만 해도 시청률 9.2%로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보였다. 하지만, 2주 만에 6%대로 시청률이 한 번 주춤하더니 올 들어선 5%대에 머물고 있다. 고(故) 송해 선생이 진행할 당시 일요일 낮잠을 깨우는 ‘국민 알람’ 역할을 하며 시청률 10% 내외를 꾸준히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그 사이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콘셉트의 예능 콘텐츠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피넛버터가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 ‘전부노래잘함’은 개그맨 중에서도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문세윤의 진행으로 전국 주요 지역은 물론 대학교와 직장 등을 찾아 다니며 참여자들의 사연과 노래를 풀어놓는다. 지난해 4월 선보인 뒤 ‘MZ들의 전국노래자랑’으로 통하고 있다. 최근엔 유명 연예인들까지 앞다퉈 초대 가수에 응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작년 10월 한강 버스킹 편에는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미국 가수 벤슨 분이 출연하기도 했다. 해당 회차는 유튜브 조회 수만 24일 현재 1618만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 유튜브 영상 85개 중 28개가 100만 조회 수를 넘어서는 등 전체 영상 중 30%가 100만 뷰를 넘겼다.
LG헬로비전·K-STAR·HCN이 공동 제작하는 ‘태군노래자랑’은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트롯 태권 스타’ 나태주와 특전사 출신 트로트 가수 박군이 MC로 호흡을 맞춰 지난 5월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 특히 ‘소름 끼치는 일반인 라이브’로 인기몰이 중이다. 두 MC는 트로트 가수로 중장년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데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예능 ‘강철부대’와 ‘정글의 법칙’ 등에 출연하며 생존형 ‘야생미’까지 더해 프로그램에 ‘날것’의 맛을 더했다는 평이다.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한 실력자를 꿰뚫어보는 눈도 뛰어나다. 전남 강진 편에 등장한 ‘지나가던 아기 엄마’ 김명진씨 편은 유튜브 조회 수 260만을 돌파했고, 무안 편에서 딸 챙기러 나왔다 ‘얼떨결에 노래한 아기 엄마’도 126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지난 4월 처음 방송된 TV조선 ‘노래하는 대한민국’도 일요일 밤 7시 50분에서 지난 6월 토요일 낮 12시로 편성 시간대를 바꾸면서 ‘전국노래자랑 주말 대항마’로 소문이 나고 있다. MC이자 연출까지 겸하는 개그맨 김종국의 입담이 한몫한다는 평가. ‘찾아가는 예심’의 경우 MC 김종국과 원 플러스 원(가수 이병철, 김민교)이 지역 전통시장, 유명 관광지 등을 직접 찾아가 숨어 있는 실력자들을 발굴해 본선 무대에 올리면서 각종 시민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는다. 미스터트롯2 출신 가수 나상도, 김용필, 황민호 등이 초대 가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던 MC 김신영이 ‘일요일의 막내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개그맨 문세윤이나 가수 나태주처럼 자신만의 캐릭터를 내세운 MC들이 거리 공연 콘텐츠에 또 다른 볼 맛을 선사하고 있다”면서 “최근 1~2년 사이 새로운 문화 소비 주체로 성장한 중장년층이 코로나 이후 잠재됐던 에너지를 거리에서 쏟아내는 것도 거리 공연 콘텐츠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