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前)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 해촉 이후, 후임 위원장 선임을 위한 방심위 전체회의가 공전(空轉)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 관련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연)가 야권 추천 방심위원 중 한 명인 정모 변호사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방심위 제공)

공언연은 29일 정 심의위원이 과거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과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 동승자 의혹 보도’ 등과 관련한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심위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직무 관련자인 방송사로부터 관련 소송을 수임한 행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며 “정 위원을 이날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공언연 관계자는 “MBC 관련 사건을 수임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MBC 프로그램을 심의할 것으로 보기 힘들다”면서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권익위의 판단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언연에 따르면, 정 위원은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MBC가 주도해 벌어진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 보도 관련 정정보도청구 소송에서 MBC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과거 SBS의 손석희 전 JTBC대표의 동승자 의혹 보도를 MBC가 비판한 이후, SBS와 MBC가 벌인 소송에도 MBC 측 변호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도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 회의 등에서 정 위원은 ‘MBC의 일부 사건을 대리한다는 사실은 방심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수차례 밝혔고, (자신이) 변호사로 담당하였거나 담당하고 있는 언론 사건이 심의에 상정되는 경우 그 사실을 다른 위원들에 알리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법률 대리인으로 관여하지 않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이에 대한 정 위원의 입장과 견해를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통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정 위원은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 해촉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 전체회의 등에선 이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8일 방심위 회의에서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방심위원이 동료였던 과거 방심위원들의 해촉 처분에 대한 대통령실 처분의 부당성을 다투는 사건의 한쪽 소송대리를 맡는 것은 방심위원의 독립성 및 중립성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위원이 정 전 위원장을 변호하면서 그 후임 방심위원장 선임 표결에 참여할 수 없으며, 이는 제척 또는 회피 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정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누가 위원장이 될지는 위원들 간 논의를 거쳐 정해지는 사안이며, 방심위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9인 위원(상임위원 3인) 체제인 방심위는 야권 추천인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 해촉 이후, 류희림 전 미디어연대 대표가 새 방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현재 여야 구도가 4대4를 이루고 있다. 호선이 원칙인 위원장을 새로 선출하기 위해선 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회의는 야권 추천 위원들이 불참해 아예 열리지 않거나, 회의가 열려도 위원 자격 논란이 일면서 헛돌고 있다. 가장 최근 열린 지난 28일 전체회의도 여권 추천 위원들이 정 위원의 법률 대리인 문제를 지적하며 방심위원으로서 중립성을 문제 삼고 나서자 여야 추천 위원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성과 없이 산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