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조 왕건’, ‘해신’, ‘대조영’ 등 대하 사극 흥행을 이끈 배우 최수종이 10년 만에 주연으로 복귀한 KBS 대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내일 KBS2와 넷플릭스에서 첫방송된다. 지상파 대하 정통 사극이 넷플릭스에 제공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11일 첫 방송 예정인 가운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으로는 넷플릭스, 웨이브에 동시 제공된다.
넷플릭스는 대만, 홍콩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도 '고려거란전쟁'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반적인 해외 공개 일정은 미정이지만 KBS 대하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동시 제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제작비 270억원…수신료 재원 감소 부담에 배급 판로 넓히나?
KBS 대하드라마가 넷플릭스에도 방영된 이유는 제작비 부담 해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려거란전쟁'은 KBS가 공영방송 5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한 드라마다. 대하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내건 가운데 딥페이크, 혼합현실(XR) 스튜디오를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 등 최신 촬영 기법을 도입했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2019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만달로리안'에 처음 사용된 기법이다. 대형 LED 스크린에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된 가상 배경 아래 촬영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사극 드라마는 촬영 장소가 협소해 시대에 맞지 않는 구조물이 보인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버추얼 프로덕션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최신 촬영 기술 비용에 인건비 등 물가 상승으로 KBS 대하드라마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작비(편당 기준)가 투입됐다. KBS에 따르면 '고려거란전쟁' 편당 제작비는 약 8억4400만원으로 총 약 27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KBS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제작비를 혼자서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 시청률 감소로 광고 수입도 줄어들었는데 정통 사극이라 다른 드라마 장르와 달리 간접광고(PPL)를 내걸기에는 제약이 많다.
이에 KBS는 정부 기관, 개인 투자 공모 등으로 제작비를 투자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월 방송·인터넷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제작 지원 대상작으로 '고려거란전쟁'을 신한류 프리미엄 부문으로 선정했다. K-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은 지난 9월 신한은행과 함께 투자 공모를 진행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배급권을 판매하면 제작비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향후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 수신료 재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KBS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신료 분리징수로 지난 8~9월 수신료 수입이 56억9000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재원이 줄면 KBS 입장에서도 '고려거란전쟁'과 같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야 할 드라마를 기획하는 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에 '고려거란전쟁'을 시작으로 글로벌 OTT 유통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정통 사극이 추후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의 중심이었던 대하 사극, OTT로 제2의 꽃 필까
넷플릭스에 동시 제공되면서 해외 OTT 이용자가 한국 정통 사극을 손쉽게 접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웨이브 미주지역 K-콘텐츠 전문 플랫폼 '코코와(KOCOWA)'에도 '고려거란전쟁'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 OTT 구독자 수 1위인 넷플릭스에 배급되면 콘텐츠 노출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대하 사극은 그동안 주요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았었다. KBS '용의 눈물', '왕과 비',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장영실' 등이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됐었고 지난해 5월까지 방영했었던 '태종 이방원'은 이란 국영방송 타마샤 TV에도 방영됐다.
이밖에 MBC 대하 사극 '대장금'도 이란, 일본, 중화권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 '무빙' 등 다양한 장르의 K-드라마가 등장하면서 정통 사극의 해외 주목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도 한국의 정통 사극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정통 사극의 글로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거란의 2차 침략부터 마지막 6차 침략까지의 전쟁을 다루며 한국 역사상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는 귀주대첩이 주요 장면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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