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전격적으로 이른바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수술에 들어갔다. 프로그램을 당일 편성에서 빼버리거나 출연진 교체를 통보한 것이다. ‘편파방송’ 논란을 빚으며 심의에 여러 차례 걸렸던 프로그램들이다. 진행자와 민노총 언론노조 등은 반발하고 있다.
13일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월~목 저녁 시간 KBS 2TV를 통해 송출되던 ‘더라이브’가 이번주 편성표에서 통째로 빠진 사실이 이날 아침 KBS 사내망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시간대 방송은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등의 재방송으로 채워졌다. KBS 내부에선 “사실상 폐지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도 진행자가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꼼수 출신인 주씨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오전 KBS에서 연락을 받았다. 이제 회사에 오지 말라는, 방송을 그만두라는”이라고 썼다. 이어 “토요일 방송에서 오늘(13일) 오후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마지막 방송도 못하고…”라며 “<주진우 라이브>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듣지못했습니다. 하지만 곧 사라질 운명으로 보입니다”라고 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뒤 끊임없이 편파방송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주진우 라이브’는 올해 3~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라디오 패널 출연 불균형 민원 접수 건수 2위(75건)을 기록했다. 1위는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93건)이었다.
두 프로그램 외에도 라디오 프로그램 ‘최강시사’의 진행자와 ‘뉴스9′ 진행 메인 앵커 등도 교체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사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에서 ‘공영 방송 정체성 재확립’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민노총 언론노조는 반발했다. 박 사장 취임 직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치는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