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신임 사장이 13일 보도본부장 등 본부·센터장급 간부 9명과 주요 부서 국·부장급 보직자 60 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편파 방송 논란을 빚어온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KBS2 TV ‘더 라이브’ 등에 대해선 진행자 교체와 편성 제외 조치가 취해졌다. 취임과 동시에 KBS에 대한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 재가가 난 직후 이춘호 전(前) 취재주간을 전략기획실장에 임명하고 보도·편성본부장 등 주요 간부급 인사에 대한 발령 사항을 내부 인트라넷에 발표했다. 지난 정부 출범 직후 좌천되어 인터넷 담당인 멀티플랫폼편성국 기자로 지냈던 장한식 전 미래전략기획국장이 보도본부장에 임명되는 등 그동안 주요 보직에서 제외됐던 인물들이 대거 발탁된 것으로 나타났다.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는 전날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자 하차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2TV ‘더 라이브’는 취임 첫날인 이날 저녁부터 편성표에서 사라졌고, 사극 ‘고려거란전쟁’ 재방송으로 긴급 대체 편성됐다. 라디오센터에는 “기존 시사프로그램 패널 출연을 중단하고 새로 섭외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KBS방송인연합회 등의 분석에 따르면, KBS라디오 시사프로에선 “친야 성향 패널이 61%, 친여 성향이 8%”를 차지할 정도로 사실상 야당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메인 뉴스의 ‘얼굴’도 바뀌었다. KBS는 이날 ‘뉴스9′ 새 남녀 앵커로 ‘일요진단 라이브’를 진행했던 박장범 기자, 주말 뉴스9을 맡았던 박지원 아나운서를 각각 발탁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앵커는 지난 7월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문 정부를 비판한 클로징 멘트를 했다가 다시보기에서 삭제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직자 인선과 일부 프로그램 편성 제외 등의 조치는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