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확인하니) 대략 11시간 정도 나오더라.” (배우 김설현)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걸그룹 AOA 출신 배우 김설현이 등장해 ‘숏폼 중독자’의 면모를 보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설현은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전화를 들었다. 설현이 시청하는 것은 다름 아닌 ‘숏폼’. 부동자세로 누운 채로 엄지 손가락만으로 휴대전화를 조작하며 한참을 시청하는 모습에 출연진들은 “(숏폼 스크롤) 내리다 보면 한 시간이야” “너무 남의 일 같지가 않다”라며 공감을 표했다.
설현은 겨우 몸을 일으켜 거실로 이동하고도 소파에 누워 숏폼 시청을 이어갔다. 설현은 “매일 저기 누워서 맨날 숏폼보는 거 같아요”라고 했다. 커피를 내리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숏폼을 보며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외출하기 위해 씻고 화장을 하면서도 숏폼 시청은 계속됐다.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기 힘들 때는 욕실 세면대, 샤워실, 화장대, 식탁 등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거치대에 휴대전화를 얹어 놓고 숏폼을 봤다. 그는 “한번 보면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게 싫어서 어딜 가나 갖고 다니면서 본다”고 했다.
외출에 나선 설현은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유는 역시 숏폼이었다. 그는 “대중교통을 좋아한다”며 “운전할 때는 다른 걸 못하지 않나. 그런데 대중교통을 타면 숏폼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기안84가 “많이 알아보시지 않나”라고 묻자, 설현은 “지하철 타면 생각보다 다른 분들도 다 핸드폰을 보고 계신다”고 답했다.
출연자 코드쿤스트가 “핸드폰 스크린 타임은 얼마나 나왔냐”고 묻자 “대략 11시간 정도 나오더라”고 말했다.
◇전국민 ‘숏폼 중독’ 시대
숏폼이란 15초~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숏폼 콘텐츠는 TV보다 모바일 기기가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됐다. 숏폼 콘텐츠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이 있다
모바일 앱 시장 분석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튜브는 월간활성이용자(MAU) 4565만 명을 기록해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전체 앱 중 1위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선 유튜브의 1위 등극 비결로 숏폼을 꼽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1인당 숏폼 플랫폼 월평균 사용 시간은 46시간29분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숏폼 시청에 투자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네스터’는 전 세계 숏폼 시장 규모가 매년 10%씩 성장해 2035년에는 20억 달러(약 2조6532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야 하기에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뇌에 짜릿한 재미를 주는데 이 때 나오는 호르몬 중에 하나가 도파민이다. 때문에 숏폼 중독을 두고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시각 또는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의 전두엽이 반응하는데, 반복에 노출될 수록 내성이 생겨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팝콘 터지듯 큰 자극만을 추구하게 되는 ‘팝콘 브레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어린이 주의 및 학습센터의 임상 책임자인 마이클 매너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아이들의 뇌가 끊임없는 변화에 익숙해지면 뇌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비디지털 활동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