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개두술을 받아 왼쪽 머리가 일시적으로 함몰됐지만, 지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언어장애를 극복한 한 여성 유튜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공유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준 그에게 네티즌들의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우자까’에는 지난 4일 ‘왼쪽 머리 뼈가 없는 저의 하루 일상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14일 오후 1시 현재까지 155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자까 우은빈 씨는 이 영상에서 처음으로 개두술을 받아 왼쪽 머리가 움푹 팬 모습을 공개하며 불의의 사고와 치료 과정, 현재의 상태 등을 공개했다.
사고 후 지금까지 우 씨는 쇼츠 등의 영상을 통해 모자를 쓴 모습만 공개해왔다. 그는 “저의 모습이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힘들었고, 수술 전 크게 다치면 안 되기에 늘 모자를 착용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영상에서 우 씨는 모자를 벗고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서 병원을 가게 되었고, 개두술 수술 후 계속해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지금 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머리가 굉장히 다르게 보이실 것이다. 머리 왼쪽 뼈가 거의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사고 전 우 씨는 과거 승무원과 은행원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강연과 면접 노하우를 전달해왔다. 그러나 올해 1월 27일, 승무원 준비생 강연을 가던 중 인도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허리와 머리를 크게 부딪쳤고, 뇌출혈 및 뇌부종, 허리 골절을 앓게 되었다. 그는 두개골을 절개하는 개두술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을 통해 왼쪽 머리뼈의 약 40%를 잘라냈으며, 현재 냉동실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머리 수술은 한 번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 씨는 수술 이후 물리치료, 언어치료, 작업치료 등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우 씨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데 이런 고통은 처음이다. 두개골 일부가 비어있는 상황이라 두통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라며 “허리 골절 수술을 한 후 3개월 내내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우 씨는 사고 후 언어, 인지, 청각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고 당시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 대부분이 손상돼 언어 장애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됐다. 우 씨는 “뇌 전체가 좌측으로 7㎜ 정도 쏠려 있었고, 또 출혈 상태가 심해서 좌측 귀와 코 그리고 신경까지 많이 다쳐 있었다”며 “언어 장애는 필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우 씨와 비슷한 정도로 뇌를 다친 다른 환자들은 거의 말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 씨는 언어 장애를 겪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의료진은 우 씨가 극도로 낮은 2~3%의 확률로 언어장애가 거의 다 나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사고 전 책을 출간할 정도로 평소 기록을 많이 하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습관, 중고등학교에 강연을 다닌 경험 등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 씨는 말했다. 우 씨는 “의사 선생님은 제가 운이 좋고 긍정적이라서 그렇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했다. 현재도 그는 블로그 등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1분짜리 영상에 병원 생활을 담고 있다.
우 씨는 수술 직후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떠올리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예컨대 엄마를 아빠라고 부르거나 연하의 남편를 오빠라고 불렀다. 정수기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냉수기라고 표현했고, 냉장고·청소기 등 가전제품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단어 공부를 한 노트를 공개하면서 “단어가 부족해진 저의 모습이 너무 충격이었다”며 “언어치료 워크북을 공부하고 초·중·고등학생이 읽는 책을 10권 넘게 사서 읽고 있다”고 했다. 우 씨는 앞으로 영상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이다.
그는 “저는 제가 더 다치지 않았던 그날의 현실에 더 감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는 분명히 나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우 씨의 영상에는 ‘응원한다’ ‘완치되시길 빈다’ ‘멋지다’ 등의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11년 전 미국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고 박테리아에 감염돼 오른쪽 뇌를 자르고 티타늄을 넣었다”며 “열심히 재활해서 실어증과 우울증을 다 이겨냈다. 아이도 잘 키워서 대학까지 4년 장학금으로 보냈다. 우자까 씨도 힘내시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지나가던 암 환자인데 긍정적인 모습에 반성하게 된다” “다친 머리를 보여주는 용기를 보며 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큰 뇌수술을 했음에도 완성도 있고 차분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