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만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여신’ 유튜버 쯔양(박정원)이 수년 동안 매니저 역할을 해온 남자 친구의 협박·갈취에 시달렸던 정황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1일 공개했다. 이번 사태는 쯔양이 남자 친구에게 협박받은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유튜버가 이 사실을 돈벌이에 어떻게 활용할지 모의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가 폭로되면서 드러났다. 대중의 ‘정의감’에 호소하는 폭로 콘텐츠로 유명해진 이른바 ‘사이버 레커’ 계열 유튜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뒷돈까지 챙기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돈벌이에 활용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쯔양 /유튜브

◇인기 1위 ‘먹방 여신’ 협박 모의한 유튜버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사생활 폭로와 고발로 유명한 일부 유명 유튜버들이 쯔양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통화 내역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자칭 ‘억울한 사연 구제 전문’이라는 유튜버 구제역과 ‘조작 유튜버 감별사’라는 전국진의 대화가 나온다. 쯔양이 과거 전 남자 친구의 강요로 유흥업소에서 일한 것 등 약점으로 잡은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의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이번 거 터뜨리면 쯔양 은퇴해야 한다” “이걸 덮어주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게 낫다” 등의 대화와 함께 “현찰로 2억은 받아야 될 것” 등 구체적인 액수까지 이야기한다. 또 다른 녹취에선 쯔양 측과 접촉한 정황도 나온다. 녹취를 들으면 구제역은 쯔양 측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인 300만원을 전국진에게 주기로 하고, 쯔양 관련 영상은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가세연은 “구제역이 쯔양 측으로부터 실제로 받은 돈은 55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제역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부끄러운 돈 받지 않았고 부끄러운 행동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쯔양은 11일 오전 직접 개인 유튜브에 나와 자신은 전 남친 A씨가 찍은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였으며, 그동안 폭행과 협박에 시달려 왔다고 공개했다. 쯔양 측 김태연 변호사는 “A씨를 상대로 정산금 청구, 전속 계약 해지 등을 포함해 상습폭행, 상습협박 등으로 형사 고소했지만,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며 “쯔양은 그동안 유튜브 수익 40억원 정도를 갈취당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하경

◇정의 앞세운 ‘폭로 유튜버’들의 민낯

쯔양 사태는 이른바 폭로 유튜버들이 어떤 식으로 타인의 약점을 파고들어 인기를 얻고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워 왔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회수=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일부 폭로 유튜버들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상습적으로 자극적 콘텐츠를 추구하고 있다. 직접 범죄자를 찾아다니는 ‘탐정 유튜브’ 채널이 등장하는 등 합법과 비합법의 영역을 넘나든다. 소송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법무법인 일로의 정구승 대표 변호사는 “최근 유튜버들 사이의 명예훼손 소송이 빈발하고 있다”며 “자극적으로 만들다 보니, 비윤리적인 수준을 넘어 위법, 탈법적인 행위도 감행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수익은 조회수뿐만 아니라 평균 시청 시간, 얼마나 정기적으로 영상이 올라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 이 폭로 유튜버들의 경우 수익을 내는 전문가들로 통한다. ‘#공론화 필요한 사건 제보받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구제역(구독자 19만명) 채널의 월 수익은 수익 추정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 기준 약 1600만원, 동영상 한 건당 예상 제휴 수익은 848만원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브 제작자는 “레커 유튜버들은 어떻게 이슈를 만들어야 조회수를 올리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전문가들”이라며 “원래는 다른 콘텐츠를 올리다가 조회수를 위해 레커 유튜버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로를 주도한 가세연에 대해서도 일부 네티즌들은 “쯔양이 성착취·학대 피해자임에도 원치 않은 폭로를 당했다”면서 “2차 가해를 멈춰달라”며 각종 블로그와 댓글을 통해 호소하고 있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낮은 윤리의식… 제재할 방법은?

이들의 채널을 즐겨 봐온 네티즌들은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통화 녹취에 등장해 조언한 것으로 나오는 카라큘라의 채널에 대해 “정의로운 척, 피해자 생각하는 척하더니 뒤에서는 안 그래도 힘든 사람 이용해 먹으려 했다는 게 어이없다” “뒤통수 세게 맞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카라큘라 채널은 구독자 수가 129만에서 126만으로 하루 만에 3만이 빠졌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높은 인지도에 비해 낮은 윤리 의식을 가진 이들 채널의 수위를 직접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며 “규제 당국에서는 이들에게 영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새로운 기준과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