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출신인 FC서울의 제시 린가드가 K리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1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린가드는 한국 생활과 FC서울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6개월이 넘은 린가드는 ‘그동안 한국 생활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좋다. 문화도, 사람들도 좋다”며 “솔직히 적응을 빨리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힘들다. 진짜”라며 “훈련할 때 훈련 강도가 되게 높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진짜 피곤하고 힘들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장 처음에 배우고 많이 쓰는 한국어 표현은 ‘진짜’라며 “매일 ‘진짜’를 쓴다”며 “오늘도 썼다. ‘진짜 좋아’ ‘진짜 덥다’”고 했다.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 팬이 선물로 준 ‘더 파워 오브 눈치’라는 제목의 책도 읽는다고 한다.
린가드는 지난 2월 5일 한국에 도착한 날 공항에 잔뜩 몰려든 팬들의 열정에 놀랐다고 밝혔다. 당시 린가드의 입국 현장을 방송 3사가 생중계를 했다. 그는 “한국 팬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와서 살아보니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며 “(입국할 때)정말 행복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지 몰랐다”며 “모든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린가드 입단 후 FC서울 홈 개막전 관중은 약 5만여명을 기록해 유교 관객 집객 이후 최다 관중을 모았다. 또 린가드 선수의 유니폼 판매 첫날, 구단 최초로 하루 억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입단 이후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고 설상가상 무릎 부상까지 입었다. 그는 “경기 시즌 초반엔 제 체력이나 경기 감각이 부족했다”라며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영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부상 중이더라도 팀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홈 경기는 함께 하고 싶었고 원정 경기도 따라다녔다”며 “팀이 이기고 좋은 경기하는 걸 볼 수 있어서 상관없었다”고 했다.
현재 기성용 선수의 부상으로 린가드가 대신 주장을 맡고 있다. 그는 “(기성용이) 종종 저에게 의견을 좀 더 내라고 하더라”며 “그게 제 안에 뭔가에 불을 지폈다. 리더답게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K리그를 선택한 진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축구에서도, 인생에서도 모든 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맨유 아카데미부터 시작해서 1군에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성용이 있던 스완지 시티와 겨룬 데뷔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6개월 동안 재활을 해야 했다.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다”며 “정상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20분 만에 부상을 당했다. 재활을 마치고 다른 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 왔다. 예전처럼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게 됐고, 의미 없이 머물러 있긴 싫었다”고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고, 노팅엄과의 계약이 끝나고도 한동안 소속팀이 없었다. 그는 “그냥 꾸준히 경기를 뛰고 싶었다. FC서울 구단에서 절 보러 영국 맨체스터까지 왔다”며 “처음엔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멀리까지 와서 내 훈련을 보지?’ 싶었다. 그런데 절 정말 신경 써준단 걸 느꼈다. 제가 한국에 오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다”라고 밝혔다. 또 “그게 제가 떠나온 이유고 납득할 만한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이적할 땐 여러 말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인생에서 가끔은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지 않냐. 행복하고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그게 내가 여기 온 이유다”라며 “물론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지만 팀이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니까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