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개최된 ‘국군의 날’ 기념식 보도와 관련, MBC는 우리 군 행사에 대해 ‘군사정권 방불’ ‘시민 불편’ 등의 내용을 부각했다. 반면 지난해 북한 열병식에 대해선 비판적 접근 없이 북한 관영 선전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올해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를 비판한 MBC 보도와 북한 열병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모습을 사용한 유튜브 ‘엠빅뉴스’ 썸네일 등을 합성해 남북 군사 퍼레이드 보도 행태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모습을 강조한 사진도 퍼지고 있다. 최근 방송사 풀(공동중계)단에서 배제된 MBC가 국군의 날 기념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점도 다시 부각됐다.
◇국군의 날 행사는 ‘시민 불편’ ‘군사 정권’ 부각… 북 열병식은 흥미로운 행사처럼
MBC는 1일 뉴스데스크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 관련 기사를 3건 보도했다. ‘2년 연속 북 정권 종말’ ‘북한 상응행동 취할 것’ 등 남북 군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와 국군의 날 기념식 때문에 사관 생도들이 3주간 이른바 ‘뺑뺑이’를 돌았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 직후에 ‘열악한 처우에 사관학교 출신 초급장교들이 군을 떠나고 있다’는 내용까지 붙였다. 지난 27일에는 ‘2년 연속 시가행진, 군사정부 시절 국군의 날 연상’ 등의 제목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식 영상을 겹쳐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보도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으로 시민들 불편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도록 한 것이다.
MBC는 우리 국군의 날 행사 보도와 달리, 작년 9월9일 등 북한 열병식 보도에선 별다른 비판적 평가 없이 북한 측 영상을 그대로 소개했다.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지난해 ‘140분짜리 역대 최대 규모 북한 열병식 8분 정리!’란 제목으로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설(4월 25일) 9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번에도 야간에 진행돼 화려한 조명이 더 부각됐습니다”라는 식으로 마치 흥미로운 볼거리처럼 소개했다.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2일 성명을 통해 “북한 열병식은 ‘땅에선 ICBM, 하늘에는 무인기…’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을 소개하며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식의 표현을 쓰면서, 우리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 정권의 잔재’라면서 폄훼하는 보도 행태는 비난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였던 2020년 10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북한이 심야에 개최한 열병식을 ‘밤축제’라 부르고, 김정은의 연설 사진과 함께 “남녘 동포와 손 맞잡길”이란 자막을 달아 보도했던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북한 열병식은 주민 혹사시키는데”... MBC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 혈세 낭비”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가 사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막대한 열병식 비용 마련을 위해 외화 조달을 지시하는 등 주민들 주머니를 털고 인권 유린 수준의 착취를 통해 자금을 충당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은 없다는 것이다. 한 탈북민은 “평양에 살던 시절 열병식에 인민군 후방 물자로 속옷 양말, 깔창 지원과 식사를 제공하거나 콩·계란 등의 현물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북한 당국이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천으로 된 총끈을 만들어 바칠 것을 지시했다’는 내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보총의 끈도 해결하지 못하는 당국이 열병식은 왜 벌이고 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군에선 “방송사가 남북의 군사 퍼레이드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도 않고, 오히려 군을 비하하고 국격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기념식 사열·분열과 시가행진은 우리 군 준비 태세 및 유사시 반격 능력을 과시하며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데 이런 군사적 의미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는 “MBC가 최근 방송 영상 풀단(코리아중계풀)에서 일시적으로 배제돼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 행진을 TV로는 중계하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2년 연속 실시된 시가행진이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지적과 함께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면서까지 중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