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골든걸스 인순이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열린 한바탕 서울 soul 쇼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가수 인순이가 다문화가정 출신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던 어려웠던 성장기를 고백하며 다문화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또 피트니스 대회, 산티아고 순례길, 걸그룹에 도전한 일화를 전하며 “도전할 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순이는 8일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 출연해 ‘어쩌다 도전’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공개했다. 인순이는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저를 너무 쳐다보고, 위아래로 보면서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너는 왜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냐’고 물어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왜 나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곳에 태어나서 왜 나는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싶었다”며 “엄마는 한국, 아빠는 미국 사람인데 나는 어디인가 고민했다”고 말했다.

사춘기 시절 방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순이는 현재 강원도 홍천에서 다문화 학교인 ‘해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 6명으로 시작한 해밀학교는 현재 56명의 학생과 18명의 교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60%가 다문화 가정 자녀이며 과테말라, 독일, 영국 등 11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그는 “입학식때 다문화 아이들에게 ‘나는 아버지가 미국사람이야’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학교를 만든 사람이 다문화네’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했던 얘기는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스스로 자책할 필요 없다. 우리가 얼마나 잘 살아내느냐에 집중해. 다문화는 죄지은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야. 너희는 소중한 아이들이야. 절대 혼자 자책하지마’(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50년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소식을 전했다. 그는 “학교를 운영하며 ‘나는 왜 제자리에 있었을까’ 했지만, 그러나 이 나이에 뭐가 부끄럽겠는가. 배우고 채우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거야. 누가 뭐래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고 우리 딸에게도 자랑하고 싶었다”고 했다.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건 가난한 형편 때문이었다. 그는 “그때는 엄마도 저한테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 못할 정도였다. 암묵적으로 지나갔다. 중학교 졸업장도 육성회비를 못 내서 졸업할 때 못 받아왔다. 몇 달 지나서 돈을 모아서 찾아왔다”고 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일화를 전하며 “500원을 들고 집을 나섰다가, 그 돈으로 엄마와 며칠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왔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른도 아니고 뭘 그런 걸 생각했어’ 싶다. 근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2015년에는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메르스로 인해 전국 투어가 취소되자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고 3개월 만에 대회 준비를 마쳤다. 그는 “운동을 하며 제 가슴 속 두 가지 매듭을 풀 수 있었다”며 콤플렉스를 극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트레이너 선생님이 애플 힙을 만들어야 한다더라. 어렸을 때는 오리 궁둥이로 놀림 받았는데. 대회 열흘 전에는 태닝을 더 하라는 거다. 남들 10번할 때 나는 5번했다”며 “콤플렉스가 장점도 될 수 있더라. 그렇게 제 가슴속에 있는 두 가지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36일 동안 완주했다. 최근에는 박진영의 제안으로 여가수 4명이 걸그룹에 도전한 ‘골든걸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는 “매번 뭔가를 할 때 이런 생각을 한다. ‘100번 해보자.’ 100번 연습해서 안 되면 거기까지고 되면 되는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연습했다. 제가 끝까지 안 한다고 했으면 이런 걸 경험할 수 있을까 싶더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실 돌이켜보니, ‘때’라는 게 있는 거 같다. 때에 맞는 걸 하고 지나가시길, 인생의 선배 입장에서, 엄마 입장에서 이야기해 주고 싶다”라며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하고 지나가라. 그리고 한 번쯤 실패하는 거 괜찮은 거 같다. 도전하고 실패해도 된다. 때에 맞는 걸 하고 지나가시길 바란다”는 조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