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병산서원 훼손 논란과 관련해 해당 촬영분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15일 방송계에 따르면, KBS는 안동시청,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거쳐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병산서원 관련 모든 촬영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KBS는 병산서원 내 누각 만대루(晩對樓)와 기숙사 동재(東齋) 등 직접적인 훼손이 발생한 장소뿐 아니라 병산서원을 배경으로 촬영한 모든 영상을 폐기 대상에 포함했다. 이는 해당 촬영분을 폐기해달라는 안동시의 요청을 전면 수용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KBS가 지난해 12월 30일 드라마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의 기둥에 못질하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관광객의 목격담이 나왔다. KBS 자체 조사 결과 제작진은 촬영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총 10곳에 못을 박아 문화재를 훼손했다.
이에 대해 KBS는 “(병산서원에서) 기존에 나 있던 못 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못 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한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병산서원은 조선 선조대에 영의정을 역임했던 서애(西厓) 류성룡을 기리는 서원으로, 6km 거리에 있는 하회마을과 함께 안동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병산서원 훼손 문제는 경찰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에 KBS 드라마 제작팀을 고발했다. 안동시 또한 KBS 드라마 제작팀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KBS는 경찰 수사를 겸허히 수용하고 복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방송을 통한 공식 사과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사과 시기와 형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화재 촬영 가이드라인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새 가이드라인에는 문화유산, 사적지, 유적지 등에서 촬영할 경우 문화재 전문가의 사전 자문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