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지난 7일 경기도에 있는 스튜디오 2곳과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한국판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스위트홈’ 등으로 재미를 본 넷플릭스는 올해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릴 예정이다. 현재 ‘인간수업’ 진한새 작가의 후속작 ‘글리치’, K드라마 열풍의 시작이었던 킹덤의 후속편인 ‘킹덤 : 아신전’ 등을 준비 중이다.

다음 달 5일에는 제작비 250억원을 들인 송중기, 김태리 주연 ‘승리호’의 독점 공개도 앞두고 있다. SF 영화의 불모지라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 영화계에서 ‘늑대소년’으로 호평을 받은 조성희 감독의 SF 신작. 2020년 극장 개봉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로 개봉이 미뤄지면서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일 경기도에 있는 스튜디오 2곳과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 워너브러더스는 ‘매트릭스 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고질라 대 킹콩’ 등 개봉 예정작들을 자사 OTT 서비스인 ‘HBO 맥스’에서 동시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최대 관심작이었던 애니메이션 ‘소울’의 미국 개봉을 포기하고 지난달 25일 자사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 풀어버렸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등은 “극장에서 선보이려 정성을 다한 영화들이 갓 출범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끼 상품으로 전락했다”며 ‘극장의 종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리지널 앞세운 ‘넷플릭스’ VS 국내 강자 ‘왓챠'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사람이 늘면서 전 세계 OTT 전쟁이 더 치열해졌다.

주지하다시피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다량의 오리지널 콘텐츠.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도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회원을 모았다. 젊은 세대에서는 넷플릭스를 보지 않으면 주변 사람과 대화가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사냥의 시간’ 등 국내 대작들이 직행하고 있다. 현재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도 논의 중이다. 반면, 단점은 오리지널들의 품질. 시즌을 거듭하다 보면 재미가 없어 ‘손절'을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마땅히 손 가는 게 없어 ‘넷플릭스 권태기’라는 말도 생겼다.

2021 국내 주요 OTT 현황

왓챠의 장점은 옛날 명작이 많다는 것. ‘시네마천국’ ‘비포선라이즈’ 등 해외뿐 아니라 ‘살인의 추억’ 등 국내 명작도 많다. ‘체르노빌’ ‘이어즈 앤 이어즈’ 등 독점 공급 드라마도 괜찮다. 왓챠의 또 다른 별명은 ‘일드·중드 맛집’. ‘해파리공주’ 등 일본 드라마와 ‘진정령’ ‘보보경심’ 등 중국 드라마가 왓챠에 많다.

국내 시청자에게는 ‘섹스 앤더 시티’ ‘왕좌의 게임’ ‘소프라노스’ 등 HBO 드라마를 실컷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그러나 HBO맥스가 국내 진출할 경우 왓챠에서는 해당 작품들이 철수될 확률이 높다. 이에 왓챠는 지난달 360억원의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든든한 자사 콘텐츠를 가진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

연내 국내 진출을 예고한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는 이 둘의 강력한 경쟁자.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는 “어떻게 하면 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

‘겨울왕국' 등 애니메이션 명가인 디즈니, ‘아이언맨' ‘어벤저스’ 등을 지닌 마블, SF 영화의 전설인 ‘스타워즈'와 다큐멘터리 명가 내셔널 지오그래픽까지 가진 ‘디즈니플러스’가 독점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들의 충성 고객들은 안 보고 버티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영화 제작사 중 하나인 워너브러더스와 ‘배트맨' ‘아쿠아맨' 등의 DC, ‘왕좌의 게임' 등 드라마 맛집 HBO를 가진 ‘HBO맥스’도 마찬가지다. 자사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HBO맥스는 디즈니플러스보다 월 회비를 고가로 책정해 미국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두 회사가 OTT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에서는 해당 영화·드라마 상당수가 빠지기도 한 상황.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가 새로운 사업 분야를 열었다면 후발 업체들은 이미 열린 시장 안에 진입하는 상황”이라며 “확실한 색깔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위해 필요한 건 자본과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