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에서 4위에 오른 김태연은 "'아기호랑이'라는 별명이 귀엽고 노래를 구수하게 잘부른다는 뜻인 거 같아서 맘에 든다"고 말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바람길’의 원곡자 가수 장윤정은 “태연이가 부른 이후 이젠 내가 그 노래를 못 부를 것 같다”고 선언했다. TV조선 미스트롯2 레전드 미션에서 아홉 살 김태연이 선보인 짙은 감성에 ‘대선배’가 무릎 꿇은 것이다. 이 노래는 지난 2월 12일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오른 지 한 달도 채 안 돼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겼다. 미스트롯2 4위이자 최연소 톱7에 오른 김태연. 무대 위에선 인생 열두 번 살다 온 듯 처연해졌다가, 또 끝없이 애달파 하더니 어느 순간 당돌해진다. 작은 몸집이지만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감정선에, 그 어떤 노래도 김태연을 거치면 명곡으로 탄생한다.

“저도 제 자신이 믿기지 않아요. 저는 항상 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자신이 이걸 다 소화할 수 있지도 않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미스트롯 톱 7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이렇게 큰 기회 주신 거 너무 감사드리는데, 제가 이걸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가 미스트롯2 최고의 무대로 꼽는 것 역시 ‘바람길’이지만 첫발을 내딛게 해준 ‘대전부르스’에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단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하는데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내가 맞나’하는 생각도 들고…. ‘바람길’ 할 때는 ‘에이 김태연 아니네’하고 넘어갔어요. 제 자신이 쑥스러워서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하고 뿌듯하기도 했고요. 경연을 되돌아보면서 끝까지 와줄 수 있게 해준 ‘대전부르스’에 점점 반하게 됐어요. 첫 길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죠.”

미스트롯2 4위의 주인공 김태연의 미스트롯2 도전 뒷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털어놨다./최보윤기자

김태연에게 노래는 운명이었다. 태교 음악은 판소리였고, 7개월부터 장구와 북을 가지고 놀았다. “핏줄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길은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김태연의 외증조부는 설장구 명인 김오채 선생. 김오채 선생은 근대 5대 명창으로 불리는 김창환의 손자다. 김창환 명창은 고종 앞에서 어전공연으로 중추원의관 벼슬을 제수받은 인물로, 당시 원각사(오늘날 국립극장)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판소리와 창극의 보급에 앞선 바 있다. 김태연은 여섯 살 때부터 박정아 명창에게 소리를 배워 박동진 판소리 대회 대상, 임방울국악제 초등부 금상 등 상이란 상은 휩쓸었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도 섰다. “방학 때 한 달 정도 산 공부 가면 새벽 4시쯤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산 타고 밥 먹고 바로 노래해요. 애기 때니까 엄마가 계속 보고 싶잖아요. 그런데 못 보니까 선생님이 조금 밉기도 했었는데, 그 덕분에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 그리워하는 마음, 그런 걸 키우게 된 것 같아요.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선 한없이 진지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최강 체력'을 자랑하는 에너지 넘치는 9살이다. /한준호 영상 미디어 기자

판소리를 사랑한다 해서 ‘김판사’라 불린 김태연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애창곡인 ‘여자의 일생’(이미자)을 따라 부르다 트로트에 빠졌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미스트롯2’에 도전장을 냈다. “판소리와 트로트가 서로 감정이 연결되는 부분도 많아서 재밌어요. 경연하면서 생긴 ‘아기 호랑이’라는 별명도 귀여워서 좋아요. 댓글에서 제가 호랑이처럼 목소리가 구수하대요.” 핫 초코를 마시며 초코 과자를 먹던 아기 호랑이 김태연이 “천재요? 부담스러워요!”라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소리가 가히 쩌렁쩌렁하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결승 2라운드 당시 암투병 중인 박정아 스승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었다는 김태연. 스승의 투병이 정말 마음아프다는 김태연이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평소 팬이었던 장민호 오빠한테 팬심을 가득 나타냈었던 김태연. 이번 미스트롯2를 통해 장민호 오빠를 보게 된 것도 꿈만 같단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