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로 반죽해 바삭함을 살린 ‘플레눼’의 대표 메뉴 ‘피시앤드칩스’와 소고기 안심을 페이스트리로 감싸 구운 ‘비프 웰링턴’. 일반 라거 위에 흑맥주를 넣어 층을 낸 생맥주를 곁들여 마시면 좋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포슬포슬한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밀가루 반죽에 버터 등을 넣어 많은 결을 낸 빵)를 숟가락으로 눌러 여니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흔히 보는 양파 수프인가 했는데 질감이 다르다. 크림소스는 듬직하고 중간중간 씹히는 부드러운 도미살은 크림 같다.

흔히 말하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이 입안에서 실현된다. 영국 음식을 내세운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플레눼’(flaneur)의 대표 메뉴인 ‘피시 파이’다. ‘파이’지만 수프 같기도 하고, 수프라기엔 든든하다. 쇠고기 안심을 페이스트리로 감싸 굽는 비프 웰링턴은 어떤가. 영국 전통 음식이라는데 부들부들 썰리는 감촉은 이미 입에서 녹아버릴 듯하다. 붉은 기의 속살은 옆의 완두콩과 어우러져 대조적인 색감을 자아낸다. 피시앤드칩스는 대구 대신 광어를 이용해 탱글한 식감을 더욱 살렸다. 바삭한 튀김은 맥주 반죽이 포인트다.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세계를 돌아다녔던 제게도 영국 음식은 신세계였거든요. 요크셔 푸딩도 푸딩이지만 실질적으로 빵이었고, 요리에 관한 시각을 개척하게 해준 곳이었어요.” 팬들 사이에선 ‘맛없다는 영국 음식을 가장 맛있게 하는 곳’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플레눼의 신승환 쉐프는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서울 북촌)로 미슐랭 1스타를 받아 이미 업계에선 ‘스타 쉐프’로 불린다. 숯불구이가 주로 많은 스페인 바스크 음식 전문 ‘엘초코 데 떼레노’(한남동)에 이어 지난해 말 문을 연 곳이 ‘플레눼’다.

<문화부> 플레눼 - 영상미디어 이한솔 기자

상호인 플레눼는 프랑스어로 ‘사색하며 걷는 사람’이라는 뜻. 광화문 주변에서 문득 들어와 한잔하고, 통유리창으로 시내를 내다보며 풍광을 즐기자는 것이다. 클래식한 영국 전통 가정식이면서도 영국 펍(pub)에서 맥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도 추구한다. 신 쉐프는 식당을 운영한 외할머니 곁에서 음식 만드는 걸 놀이처럼 생각하며 컸다. 일본에서 공부한 부모님 따라 유아기는 일본서, 초등학교는 한국, 중·고등학교는 미국서 다니는 등 해외 경험이 많았다. 전 세계에 이력서를 넣어 20대 초반 두바이 호텔부터 시작해 스페인, 호주, 영국, 태국, 네팔 등 8개국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국가는 달라도 주로 지중해 음식을 많이 다뤘다는 그였지만 한국에선 좀 더 도전적인 음식을 내놓고자 했다. 생각했던 대로, 혹은 상상했던 음식이 구현됐을 때의 쾌감이 그를 주방에 계속 있게 했다.

쇠고기 안심을 페이스트리로 감싸 굽는 비프 웰링턴

‘플레눼’에서 그가 선보인 ‘요크셔 치즈 버거’는 이러한 실험으로 탄생한 작품. 요크셔 푸딩과 햄버거를 접목시켰다. 요크셔 푸딩 사이에 훈제 베이컨과 어우러지는 눅진한 체더치즈의 풍미와 묵직한 소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 고인다. 영국에도 없는 ‘진짜 영국 맛’의 진수가 펼쳐졌다.

☞신승환 쉐프의 영국 맛 내기 ‘피시앤드칩스’

·튀김용 재료: 중력분 120g, 옥수수전분 60g, 소금 3g, 베이킹소다 5g, 강황 1g, 맥주 300㎖

·광어 150g, 밑간용 소금·후추·레몬제스트

①튀김용 재료에 맥주를 부으며 섞어 농도를 맞춘다. 맥주로 반죽해야 좀 더 바삭한 맛을 살릴 수 있다. 흑맥주를 넣어도 되지만 튀겼을 때 색감이 보기 좋지 않다. 노릇노릇한 빛을 위해 강황을 넣는다.

②밑간한 광어에 반죽을 묻힌 뒤 고온에서 튀긴다.

③잘 구운 감자 튀김 하나면 술안주 끝!

한국 감자 보다는 미국산 러셋 감자를 이용하는 게 좋다. 크기가 크고 긴 원형이라 보통 프렌치프라이 할 때 자주 쓴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구할 수 있다. 단, 물에 삶으면 갈라져 부서지는 단점이 있다. 플레눼에선 두껍게 써는 편인데 크기는 개인 취향. 카놀라유에 두번 튀기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야 더 바삭하다. 에어프라이어에선 200도 고온에서 한번 돌린다.

☞신승환 쉐프가 영국서 즐겼던 ‘뱅어스앤매쉬(bangers&mash).

뱅어는 영국서 소시지를 뜻하는 말로, 흔히 보는 소시지와 으깬 감자다. 하지만 ‘뱅어’라는 이름이 붙은 건 2차대전 당시 고기가 부족해 소시지 만들 때 물을 섞어 반죽했는데, 고온에서 구울 때 ‘빵’(bang)터지곤 했기 때문이라고. 플레눼에서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