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과학소설) 전문 출판사 ‘아작’이 소설가 장강명을 비롯한 계약 작가들의 작품을 오디오북으로 무단 발행하고 계약금과 인세 지급을 누락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아작은 지난 2016년부터 지금껏 SF 작품 100종을 낸 출판사로, 지난 2019년 장강명의 SF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출간했다. 출판 시장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로 인한 출판사의 판매량 고지 불성실, 인세 지급 누락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박은주 아작 대표는 자사 블로그에 “장강명 작가와 저자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잘못을 밝혔다. 아작은 2019년 7월 장강명의 소설집을 출간한 뒤 저자 동의 없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그해 10월과 이듬해 1월 유통했다. 출판 계약금 100만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책이 출간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작가 항의를 받고선 줬고, 연말까지 하기로 한 판매 내역 알림과 인세 지급도 미루다 뒤늦게 했다.

장강명은 아작과 출판 계약을 해지하고 책을 절판했다. 그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되는 것에 반해, 유독 책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며 “정부는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인세 지급 누락과 2차 저작권 침해, 계약 위반을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는 상설 전문센터를 두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600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 서울 은평구에 건립하는 국립한국문학관보다 출판계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장강명은 또 올해 하반기 출범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출판사와 서점들이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출판사와 서점들이 출판 정보와 판매량 등을 입력해 유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게끔 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장강명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앞으로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점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납품받아 판매하고, 판매하지 못한 책은 출판사로 반품하는 위탁 판매 제도는 출판 시장의 오랜 관행으로 남아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정확히 얼마나 팔렸는지 알지 못하고 출판사 통보에 기댈 수밖에 없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이젠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실시간으로 팔리는 책들을 집계할 기술이 갖춰졌다”며 “현대적인 출판 유통 시스템을 도입해 고질적인 판매량·인세 정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