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김초엽, 장류진 등 젊은 소설가들이 묵은 호텔방이 있다?

‘소설가의 방’은 서울 명동의 3성급 호텔인 서울프린스호텔이 신진 소설가들에게 집필을 위해 17㎡(5평) 안팎의 방 하나를 최대 한 달 반(6주) 내주는 이벤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 함께하는 이 지원 사업은 올해 입주 작가를 8명 모집한다. 오는 25일까지 예술위 홈페이지에서 응모할 수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실시해 지난해까지 백영옥, 한은형, 최은영, 우다영 등 73명의 작가가 거쳐 갔다.

서울 중구 명동의 서울프린스호텔이 소설가들에게 최대 6주간 무료 제공하는 집필 공간‘소설가의 방’. 문에 이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고 방 안에 책상이 놓여있다. /서울프린스호텔

입주 자격은 꽤 까다롭다. 등단 10년 이내의 소설가이면서 1년 안으로 소설책 발간 계획이 있어야 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사는 소설가가 우대를 받는다. 최근 3년간 작품 활동과 발표 실적, 수상 내역 등을 한글 서식 파일에 빠짐없이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모집 때마다 경쟁률이 3:1에 이를 정도로 작가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예술위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고 겨울엔 따뜻해 작가들 사이에서 창작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방 앞에는 ‘이 곳은 소설가가 집필하는 객실입니다. 조용히 이동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문구가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함께 적힌 팻말이 붙는다. 입주 작가는 책상과 침대, 프린터가 있는 방을 비롯해 호텔 내 카페와 로비 라운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흡연과 세탁은 안 된다. 지난 2019년 방을 썼던 박서련 소설가는 “살뜰히 배려해주신 덕에 놀라울 만큼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호텔 측의 사회공헌 활동이기 때문에 세금이 쓰이진 않는다. 오히려 호텔의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입주했던 작가들을 호텔에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지난 2017년엔 작가들이 호텔을 주제로 쓴 단편을 엮은 소설집 ‘호텔 프린스’가 발간되기도 했다. 호텔은 소설가의 방처럼 24시간 이용 가능한 1인 오피스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서울프린스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