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는 독일 만하임에서 태어난 그에게 어머니가 붙여준 이름. 클라라 슈만에서 가져왔다. /빈체로

오케스트라의 협연도, 피아노의 반주도 없이 홀로 연주하는 무반주곡(無伴奏曲). 어쩌면 코로나의 시대에 클래식 연주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작품들일지도 모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한국명 강주미·34)이 그 무대를 자청했다. 25일 대전예술의전당, 26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6월 1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6곡)을 네 차례 연주한다. 24일 대전으로 향하기 직전, 명동성당 앞에서 그를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는 홀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드문데.

“심지어 연습할 때도 피아노 반주가 없으면 절반만 연습한 듯한 기분이 든다(웃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적 홀로 되기’인 무반주곡을 즐기는 편이다. 심지어 2011년 데뷔 음반도 작곡가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와 이영조의 ‘혼자 놀이’ 같은 무반주 현대곡을 모은 ‘모던 솔로’였다.”

-무반주곡을 즐겨 연주하는 이유는

“사실 바이올리니스트는 언제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무반주곡은 악기만 있으면 언제든 연습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 누구와도 타협을 안 해도 되는 장점도 있다.”

-이번 바흐 연주회는 중간 휴식 시간만 두 차례(15분씩)인데.

“휴식 시간을 모두 합치면 3시간에 훌쩍 이른다. ‘음악 마라톤’이라고 할까. 내게도 하루 두 차례 휴식하는 독주회는 처음이다. 이번 바흐 연주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매일 전곡을 연주해보는 준비 과정을 꾸준하게 반복했다. 어떤 의미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연주자는 장거리 선수와도 닮은 점이 있다.”

-세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는데.

“사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웃음). 일곱 살 터울의 언니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서 부모님을 졸랐다고 한다. 부모님 모두 독일에서 성악가로 활동하셨기 때문에 피아노는 어릴 적 가족들이 함께 사용하는 악기였다. 나는 네 남매 가운데 셋째라서 옷도 물려받아 입었다. 그래선지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만큼은 내 것’이라는 애착심이 강한 편이었다.”

-어릴 적 부상으로 악기를 쉰 적이 있다.

“열 살 때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지는 바람에 3년간 악기를 손에서 놓았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와의 협연 직전이었다. 전신 마취를 하고 몇 차례 수술을 거듭하는 바람에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비련의 주인공이라고 여긴 적은 없다. 오히려 재활을 거쳐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

-다섯 살 때부터 무대에 섰는데.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와의 협연이 데뷔 무대였다. 코로나가 부상에 이어서 연주 생활에서 두 번째 휴지기(休止期)가 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를 통해서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 답답함이 특히 바흐의 무반주곡을 연주할 때는 필요한 감정인 것 같다. 무반주곡은 ‘음악적 자가 격리’인 셈이다.”

-흔히 연주자들은 바흐를 ‘구약성서’, 베토벤을 ‘신약성서’라고 부르는데.

“나 역시 그런 종교적 비유에 공감한다. 특히 10여 분에 이르는 무반주 소나타 3번의 푸가 악장을 연주할 때면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신도(信徒)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언뜻 단순하게 보이는 주제를 통해서 복잡한 건축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바흐는 종교적 음악가다. 연주자는 평생 공부를 통해서 그 숨은 의미를 조금씩 찾아내는 존재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