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코끼리 한 마리와 냉장고 하나가 주어졌습니다. 자, 코끼리를 수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고안해 봅시다!’

소설은 끊어지지 않는 실처럼 이어져야 한다. 당신은 이 첫 문장 다음 어떤 문장을 이어 소설을 짜낼 것인가? 출판사 황금가지가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사이트 브릿G에는 ‘스레드(실) 소설’ 항목이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실을 잇듯 30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릴레이 소설 창작 서비스다. 댓글들은 쌓여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완성해간다. 사이트는 창작의 놀이터를 제공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1만여 명의 아마추어 작가와 회원들이 주제와 장르, 시간을 정하고 즐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간 이어진다. 지난해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는 “사유가 사유를 사유한 사유는 이러하다”는 알쏭달쏭한 첫 문장을 남겼는데, 98개의 댓글이 한 달간 달려 200자 원고지 34매 분량의 소설이 완성됐다.

첫 문장을 쓰려면 사이트 내에 통용되는 화폐 ‘골드 코인’을 내걸어야 한다. 골드 코인 1개는 100원으로, 사이트에 게시된 유료 중단편 소설을 보기 위해선 보통 5코인이 필요하다. 참여자들도 후원의 의미로 코인을 내놓을 수 있다. ‘핼러윈 파티에서 일어난 살인’이란 주제엔 코인 1260개가, ‘좀비 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한 2032년’엔 70개가 걸렸다. 마감이 되면 글쓴이들에게 자동 분배된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고민하는 ‘천하제일 코끼리 수납 대회’는 지난 4월 말 시작해 한 달이 지난 31일 마감됐다. 골드코인 125개가 걸린 이벤트에 총 64개의 짧은 글이 달렸다. ‘코끼리에게 냉장고 청약통장을 개설하게끔 설득한다. 코끼리가 통장을 개설하면 냉장고 청약에 당첨시킨다. 난생처음 자기 냉장고가 생긴 코끼리는 신나서 냉장고에 들어간다.’ 부동산 광풍 현실을 꼬집는 글이다. 현실 풍자뿐 아니라 미래 과학 소설에 등장할 법한 재기발랄한 상상력도 엿보인다. ‘테라포밍(행성 개조) 기계를 개발한다. 행성에 대한파(大寒波)를 일으킨다. 고도로 냉각된 행성은 냉장고와 같다. 부동산 가치가 급락한 행성을 지나가던 외계인에게 판매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별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냉장고-’

뜨개질 놀이는 끝나지 않는다. 브릿G 장미경 팀장은 “여름을 맞아 스레드 소설로 괴담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