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최보윤 기자

눈으로 전광판 점수를 빠르게 암산해보니 8위. 7위까지 결선행이니 자동 탈락이었다. 진출자들에게 웃으며 한참 박수를 보낸 뒤 ‘미스트롯2’ 대기실로 들어오는 순간 털썩.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힘들었던 시간이 빠르게 스쳐갔다. 마냥 서럽고 속상했다. 아니 억울했다. 본선 ‘뽕가네’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허찬미(29)를 비롯해 동료들이 일제히 그녀를 안았다. “언니 노력한 것, 사람들이 다 알 거예요. 언니가 알고, 우리가 알잖아요. 세상은 언젠가 반드시 알아줄 거예요.”

강혜연은“TV 프로그램‘내딸하자’에서 온 집안을 해바라기로 꾸며주신 어르신 팬이 그 인연으로 지금 팬카페 회장님이 되셨다”고 웃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2012년 아이돌 데뷔한 뒤 2018년 트로트로 진로를 바꾼 강혜연(31)은 “이대론 묻힐까 봐” 인생을 걸고 ‘미스트롯2’에 도전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그녀를 달래던 허찬미의 말이 실현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연 뒤 지난 10년간 인생을 합친 것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제가 다시 웃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일주일 만에 극복했어요. 하하.”

미스트롯2 톱 8 강혜연이 2021년 7월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수 강혜연은 아이돌에서 트로트 가수로, 동생이 쓴 신곡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TV조선 ‘내딸하자’와 최근 종영한 ‘화요청백전’ 등에 출연했고, 지난 4월엔 새 앨범 ‘선데이혜연’도 냈다. 18일엔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1부는 좋아했던 노래 위주로 지금까지 걸어온 이야기, 2부는 신곡 위주로 앞으로 이야기를 담는다. 23일부터는 ‘미스트롯2’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 공연에 나선다. 가족들은 더 끈끈해졌다. 아버지는 식당·마트에서도 사람들에게 “얘(강혜연) 누군지 몰라요? 가수예요. TV에 나오는데 못 봤어요?”라고 자랑하기 바쁘단다. 새 앨범에는 동생 디웨일(강동훈) 등이 쓴 ‘척하면 척’이 타이틀곡이 됐다. “곡 좀 써달라”는 누나의 간곡한 부탁에 “트로트는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던 동생이었다.

미스트롯2 톱 8 강혜연. 아이돌에서 트로트 가수로, 동생이 쓴 신곡을 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걸그룹으로 활동하던 시절, 주목받을 만하면 일이 엎어지곤 했다. 2013년부터 걸그룹 ‘베스티’로 활동하면서 ‘여름 아이돌’ ‘군부대 여신’이라 불렸지만 어느새 활동보다 쉬는 날이 많아졌다. 2018년까지 7년간 걸그룹으로 활동하면서 그녀의 정산금은 ‘0원’이었다. 스케줄은 스스로 작성했다. 옷을 좋아해 동대문 새벽 시장을 돌며 쇼핑몰에도 도전했지만 망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 원서를 썼다. 축구장 도우미, 다이소 매장·편의점 알바, 카페·식당 서빙... 몸이 바빠지니 조금 살 것 같았다. 게다가 ‘알바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생활력이 절로 몸에 뱄다.

'미스트롯2' 준결승전서 양지은(왼쪽)과 함께 한 '사랑타령'. /TV조선

준결승 당시 허찬미의 위로는 과거 소속사 문제로 팀이 해체될 때 들었던 친구의 말을 연상시켰다. “난 왜 이리 운이 없냐”며 원망하고 자책하던 그녀를 향해 오랜 친구는 “부럽다”고 했다. “넌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일, 꿈꾸던 일 하고 있잖아. 내 눈엔 네가 제일 멋있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보니 가수의 길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이었고, 그 모든 과정 역시 자신이 택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 성당 성가대에서 노래하며 자연스레 음악을 익혔다. ‘부평 장윤정’이라 불렸고, 고2 때 부평청소년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으며 동네 스타가 됐다. 카페 알바를 전전하면서도, 워낙 커피를 좋아해 힘든 줄 몰랐다. ‘강긍정’ 강혜연은 이렇게 마음 근육을 다져나갔다.

미스트롯2 톱 8 강혜연/ 김연정 객원기자

트로트 가수가 된 뒤 3분을 홀로 채워야 하는 ‘홀로서기’가 처음엔 어렵기만 했다. 트로트 데뷔 첫 무대에서 가사를 잊어버린 트라우마도 있다. 하지만 표정 짓기같이 아이돌 시절 경험이 요즘엔 많은 도움이 된다. 원망도 했던 과거지만 지금 생각하니 허투루 보낸 것 하나 없었다. 한때 군부대 팬을 몰고 다니던 아이돌은 이제 유아부터 80세 어르신까지 가입한 팬클럽 ‘해바라기’의 공주님이 됐다. “팬분들이 ‘아이돌 외모’라면서 ‘공주님’이라고 그러세요. 제가 언제 이런 칭찬을 또 듣겠어요. 하하.”

미스트롯2 톱 8 강혜연/ 김연정 객원기자
조선일보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가수 강혜연/김연정 객원기자
가수 강혜연/ 김연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