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반 만에 서울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 무대를 갖고 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 공연 중 최대 규모(50×20m)의 LED 화면으로 멤버들의 동작과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빅히트 뮤직

“2년 반 만입니다. 마침내 만났네요.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객석에 여러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너무 설렙니다. (함성 대신) 박수로 맞는 콘서트를 또 언제 해보겠습니까.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쏟아내겠습니다!”

10일 저녁 7시부터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말이 끝나는 대로 “착착착착” 하는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두꺼운 종이를 접어 부채처럼 만든 클래퍼(박수 소리를 내는 응원도구·일명 ‘짝짝이’)였다.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함성을 지르지 못해 마련한 도구. 1만5000여 관중이 엇박 없이 양쪽을 마주쳐 만드는 클래퍼 소리는 이번 공연을 위한 또 다른 악기였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공연. 방탄소년단의 오프닝 무대 의상. 이번 공연의 테마색인 주황색을 흰색과 빨강 의상으로 재해석한 듯 보였다. '불타오르네'에 맞춰 불길이 솟는 무대 연출에 장갑, 티셔츠, 바지 라인 등 방탄소년단 의상 곳곳의 붉은 색 테마가 함께 돋보였다. /빅히트뮤직

◇ “무함성 공연, 평생 기억에 남을 듯”

“다시 한번 힘껏 박수 질러!”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구호에 클래퍼 박수 소리가 더욱 진동했다. “어떤 위기가 왔어도 저희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해서 들뜬 것 같아요. 우리만의 방법으로 하겠습니다!” 리더 RM이 팬들 응원에 화답했다.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 문구가 담긴 클래퍼를 들고 있는 팬들. 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 노래 가사 중 일부로 이번 공연을 위해 슬로건 공모를 통해 선정된 문장이다. 부채살처럼 접을 수 있는 이 종이를 접으면 응원 도구인 클래퍼가 된다. 방탄소년단은 공연 중 팬들이 들고 있는 문구를 보며 뭉클해 했다. 또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팬들이 대신 팬들이 열정적으로 클래퍼를 치는 행동을 따라하며 감격해 했다. /뉴시스

방탄소년단이 서울에서 팬들과 마주하게 된 건 2019년 10월 공연 이후 864일 만. 코로나로 중단됐던 공연이 국내서 재개되는데 2년 5개월여가 걸렸다. 6만5000석 규모 공연장 좌석의 23% 정도만 허락됐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열린 공연 중 최대 규모다. 접힌 클래퍼를 활짝 펴면 드러나는 문구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는 방탄소년단을 응원하기 위한 공모에서 선택된 문장. 방탄소년단은 ‘블루 앤 그레이’ ‘DNA’ ‘블랙 스완’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 ‘다이너마이트’ ‘버터’ ‘Life Goes On’ ‘Permission to Dance’ 등 총 28개의 세트리스트로 히트곡을 이어갔다. 슈가는 “무관중 공연은 해봤어도 무함성 공연은 처음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진은 무대를 향해 손가락 키스를 날리며 “여러분들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니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공연. 일곱의 완전체로 무대를 휘어잡은 이들. "영혼을 갈아넣었다"(RM)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지민) "2년반만에 함께 한다는 생각에 설레고 어떻게 꾸밀까 긴장도 많이 했다"(슈가) "기다렸던 만큼 알찬 무대로 준비했으니 눈치보지 말고 즐겨달라"(제이홉) "지난 공연 다리 부상으로 분했다. 강철다리로 돌아오겠다 했는데 그런 것 같은가"(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다. 모든 걸 쏟겠다"(정국) 등 소감을 밝히며 아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빅히트뮤직

◇전 세계가 즐기는데 허락은 필요 없어!

공연 막바지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2년 반 만에 열리는 공연도 일부만 관객이 허용돼 아쉬운 기색도 보였다. “2년 반이 체감상 23년 같았다”(정국), “가수는 관객과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것”(제이홉), “우리가 ‘객석의 여백을 채우자’고 결연하게 올라왔다”(RM). 하지만 이내 팬들과 호흡하며 웃음을 되찾았다. 이들은 “아미가 있는 곳이 바로 우리의 고향”이라고 외쳤다. ‘홈’(2019)을 선곡한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했다. “이제야 집에 돌아온 것같이 그립고 아쉬웠던 감정이 싹 없어졌다”(지민), ”기필코 다음에는 아미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뷔).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공연. 이번 공연은 다섯개의 콘셉트로 나누어 멤버 전원이 함께 하는 곡으로 구성됐다. "아미에게 저희를 오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저희도 아미분들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빅히트뮤직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공연. 에너지 넘치는 무대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그동안의 아쉬움, 그리움, 공연의 감격 등 소감에 유머 가득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마치 '방탄소년단 토크쇼'에 함께 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빅히트뮤직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공연. 지난 3월 9일 생일을 맞은 슈가를 위해 대형 LED화면에 "천재 짱짱맨 뿡뿡! 해피 슈가 데이"라고 적어 놓고 함께 축하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아미밤을 들고 객석 아미들의 '파도타기'를 함께 연출하며 서로 하나 돼 즐기는 여유를 선사했다. /빅히트뮤직

함성은 오히려 공연장 밖에서 울려 퍼졌다. 공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팬들이 주경기장 밖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즐긴 것. ‘퍼미션 투 댄스’의 노래 가사처럼 즐기는 데는 어떠한 허락도 필요 없었다. 해외 팬도 많았다. 이탈리아에서 온 쉴라(25)와 마리아(25)는 “떠나기 마지막 날에 방탄소년단 공연을 이렇게라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두 달 반 코스 어학연수를 온 의대생 캐럴라인(19)은 “5년 전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고 반했다”면서 “방탄소년단을 통해 아름다운 한국 문화를 배우게 됐고,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함께하지 못한 팬들은 티켓 구입 비용을 최근 전쟁으로 고난을 겪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공연을 함께 즐기려는 외국인들도 상당했다. /연합뉴스.
현장을 즐기려는 외국팬들./뉴스1

이들의 공연은 첫날(10일)과 마지막 날(13일)은 하이브의 플랫폼인 ‘위버스’로 라이브 스트리밍 되며, 12일 공연은 ‘라이브 뷰잉’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BTS를 응원하는 팬들/뉴시스
다양한 모습으로 BTS를 응원하는 팬들/뉴스1
다양한 모습으로 BTS를 응원하는 팬들/연합뉴스
롯데백화점 점실점 익스프레스 공식 상품 판매 스토어에서 굿즈를 사기 위해 줄선 팬들/뉴스1
다양한 모습으로 BTS를 응원하는 팬들/연합뉴스
다양한 모습으로 BTS를 응원하는 팬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