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편의점에 붙은 공지문(왼쪽)과 최근 공지문. 판매 제품만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하다. /조선DB·온라인커뮤니티

‘포켓몬빵 세트상품. 전부 사야 함’ ‘빵 봉투만 사실 분 있나요’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면서 8년 전 허니버터칩 품귀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구하기 힘들어 지자 동봉된 스티커 ‘띠부띠부씰’을 받지 않고 빵이라도 먹겠다는 사람도 나온다.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켓몬빵 세트 상품’이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포켓몬빵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잌’과 과자 두 봉지가 묶여 있다. 가격표에는 ‘세트상품 전부 사야 함 6500원’이라고 적혔다. 포켓몬빵 가격은 편의점 기준 1500원이다. 무려 5000원의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점주 입장에서는 입고와 동시에 판매되는 포켓몬빵으로 재고 처리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러나 제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끼워팔기 상술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포켓몬빵에 다른 제품을 끼워 팔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 8년 전에 봤는데? ‘제2의 허니버터칩’ 포켓몬빵

이러한 현상은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과 비슷한 면이 많다. 당시 허니버터칩은 ‘단짠’(단맛짠맛)으로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인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끼워 팔거나 웃돈을 얹어 팔아도 없어서 못 팔았다. ‘향이 남았다’며 허니버터칩 봉투만 팔기도 했다.

포켓몬빵은 출시 3주 만에 이미 품귀 상태다. 결국 포켓몬빵을 생산하고 있는 SPC삼립은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며 8일 공식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SPC삼립 관계자는 “24시간 가동하지만, 빵 공급도 수요에 맞추기 빠듯하다”며 “띠부띠부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요가 폭발하자 매일 밤 편의점당 평균 2~3개 들어오는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이른바 ‘편의점 오픈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편의점 정보를 묻거나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중고거래 시장에는 게시물이 넘친다. 지난주 당근마켓 지역 커뮤니티 동네생활에 올라온 포켓몬빵 관련 게시물 수는 제품 출시 첫주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16일 당근마켓에 올라온 거래글. /당근마켓

“옛날에 먹었던 포켓몬빵 맛이라도 보고 싶다”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는 사람이 늘면서 ‘만나서 개봉’이라고 적힌 글도 늘어났다. 거래 장소에서 스티커는 빼고 빵만 거래하는 것이다. 이때 빵 가격은 1500~2000원선이다. 빵을 먹지 않으면서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스티커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 빵을 맛보기 위해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중고 거래 시장에서 정가 대비 2~3배 가격에 판매되는 미개봉 제품보다 저렴하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최근 포켓몬빵을 거래하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게시물이 늘었다”며 “만나서 개봉은 미개봉 제품인 공산품을 거래해 문제없지만, 개봉 후 빵만 판매하는 것은 금지”라고 했다. 다만 “포켓몬빵 수백개를 동시에 판매하는 등 행위는 전문 판매업자로 보고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고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