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레이가 갸루피스 동작을 하고 있다. / 온라인커뮤니티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레이가 갸루피스 동작을 하고 있다. / 온라인커뮤니티

“요즘에는 사진 찍을 때 브이를 거꾸로 해서 찍어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브이(V)를 뒤집은 동작인 ‘갸루피스’가 유행하는 가운데, 네티즌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신선하고 귀엽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일본에서 유래한 대중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갸루피스는 ‘갸루(Girl의 일본식 발음)’와 브이 사인을 뜻하는 ‘피스’의 합성어다. 갸루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패션 문화를 일컫는 말로 태닝한 피부에 짙은 눈화장, 금발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화장을 한 갸루족들이 당시 사진을 찍을 때 손바닥을 뒤집은 채 브이 동작을 취했다고 전해지면서 ‘갸루피스’로 불리고 있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 출연자들이 갸루피스 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 /MBC
MBC '전지적 참견시점' 출연자들이 갸루피스 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 /MBC

한국에선 걸그룹 아이브의 일본인 멤버 레이가 이 동작을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는 지난 19일 라디오 방송에서 “옛날에 일본에서 유행한 포즈다. 데뷔했을 때 이 포즈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에스파, 레드벨벳 등 유명 아이돌도 해당 동작을 따라 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갸루피스’ 유행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한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문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한국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10, 20대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의 한 네티즌은 “갸루피스 따라 하는 사람들 한국사 배운 것 맞나. 대놓고 일본 문화를 따라하니 거부감 든다”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일본 용어를 순화하지 않고 꼭 그대로 써야 하나” “얼마 전까지 일본 불매 운동을 했는 데 벌써 갸루피스가 유행하는 게 신기하다” “케이팝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 아닌가” 등의 의견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반면 “갸루피스에 무슨 의미가 있나. 역사를 들먹이는 건 비약이다” “외국에서 K하트가 유행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갸루피스로 일본 기업이 돈 버는 것도 아니니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과는 상관없다” 등. 단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6일 조선닷컴에 “여전히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것에 반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감정이 풀어지지 않고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이기 때문에 반일 감정이 표출된 것”이라며 “일본의 잘못한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단순히 사진 찍는 포즈에도 반일 감정을 추구하는 게 맞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