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것도 아닌데, 자꾸 밴드(반창고)를 붙여달라는 아이들이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우리 어렸을 때,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가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러주며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말해줬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 행위에는 노래의 운율에서 느껴지는 다정한 청각적 자극, 배를 부드럽게 문질러 줄 때의 따뜻한 촉각적 자극이 녹아 있어요. 가까이 느끼는 엄마의 냄새 같은 후각적 자극도 있었습니다. 엄마가 배를 문질러주면 아픈 것이 조금 나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편안해지면서 스르르 잠이 오기도 하죠.

밴드도 그런 의미가 있어요.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어휴, 여기가 아팠구나. 호~” 하고 밴드를 붙여줍니다. 아이는 이때 엄마의 숨결을 느끼고, 엄마가 붙여준 밴드로 엄마의 관심과 사랑 등을 눈으로 확인해요. 아이가 자꾸만 밴드를 붙여달라는 이유는 엄마의 긍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싶기 때문이에요. 말로만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이럴 때 엄마가 “어디 봐. 별로 안 다쳤네. 이건 밴드 붙일 일 아니야”라고 한다면, 아이 마음은 조금 헛헛해지겠지요.

아이가 아프다고 신호를 보낼 때 과잉반응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친밀하고 적절한 관심을 주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러니 다친 것 같지 않더라도 어디가 아픈지 살펴보고, 만져도 보고, 밴드도 붙여주세요. 정말 아이가 다쳤다면 가벼워 보이더라도 약도 좀 발라줍니다. 그리고 “약도 바르고 밴드도 붙였으니 좀 지켜보자”라고 말해 주세요.

시간이 좀 지나면 “다친 곳 어떻게 되었나 볼까?” 하며 밴드를 떼어 봅니다. 나아졌으면 “이제 괜찮아졌네. 밴드야 안녕”이라고 말하며 밴드를 떼어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아직도 조금 빨갛다면 약을 한 번 더 발라주고 밴드도 새로 붙여주세요. 만약 이전보다 더 빨갛고 부어올랐다면 그때는 병원에 갑니다. 이것이 아이에게 주는 적절한 관심입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