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는 개막하기도 전에 단체 티켓이 3000~4000석 판매됐다. /신시컴퍼니

‘단관(단체관람)’과 ‘특공(특별공연)’이 돌아왔다.

공연 시장에서 기업·학교 등이 수백 장씩 표를 사는 ‘단관’이 부활하고 있다. 평일 낮에 관객이 원하는 시간에 공연을 올리는 ‘특공’도 등장했다. 코로나 이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등장한 보복 소비 현상이다. 회사들이 ‘문화 회식’을 재개하며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뮤지컬 ‘아이다’는 오는 10일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하기도 전에 신한은행 250매, KT 228매, 경남교육연수원 208매, 강원예고 202매, 부산교육연수원 182매, 신세계 142매, 원광고 128매 등 단체로 30여건이 판매됐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3000~4000석을 예매한 셈이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은 아니어도 단관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공연 소비가 폭발하며 단관과 특공, 문화회식이 부활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VIP고객 마케팅에도 사용되는 단관이나 특공이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초6, 중3, 고3 대상으로 “교육과정 정상화” 명분으로 현장체험학습비를 교부했다. 1인당 12만원. 이에 따라 뮤지컬 관람, 에버랜드 방문, 1박2일 캠프 등 활성화되고 있다.

뮤지컬 '프리다'는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공연을 진행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인천대중예술고교 3학년 93명은 오는 6월 2일 저녁에 ‘아이다’ 관람을 예약했다. 이 학교 이명진 교사는 “코로나 첫 해에 입학한 학생들이라 단체로 문화활동을 한 경험이 없다”며 “이번이 처음으로 그 갈증을 풀 기회인데 사랑을 주제로 한 뮤지컬 가운데 학생들이 ‘아이다’를 선택했고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인천 미래생활고교 3학년 180명과 인솔 교사들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뮤지컬 ‘프리다’를 단체로 관람했다. 금요일 오후 2시, 평소에는 없는 이른바 ‘특공’이었다. 이 학교 측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며 “모두 여학생들인데 배우를 가깝게 볼 수 있는 소극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도 중·고교와 대학교, 기업과 복지관 등 다양한 경로로 수십 장~수백 장씩 단체 판매가 이뤄졌다. 이 뮤지컬은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는 100여년 전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마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학교들은 교육적 관심 때문에, 다른 단체들은 뮤지컬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대한 향수 때문에 찾는다는 분석이다.

학교와 기업에서 단관 문의가 많은 뮤지컬 '빨래' /수박

단관이나 특공은 VIP고객 마케팅에도 사용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라이온 킹’ ‘빨래’ 등도 기업의 단체 관람이 돌아왔다.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빨래’의 제작사는 “문화소풍 또는 문화회식 형태로 단관이나 특공 문의가 많다”며 “특히 학교 쪽에서는 오전 공연을 주로 요청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취식을 전면 허용한 영화관에도 활기가 돌아왔다. 지난 4일 개봉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는 사흘 동안 236만 관객을 모을 만큼 빠른 속도로 흥행하고 있다.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5월에는 기념일이 많고 ‘닥터 스트레인지2′ 이후 ‘범죄도시2′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액션 대작들이 개봉할 예정이라 단관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