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리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 1부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애교 눈웃음을 짓고 있다./뉴스1

“김태리라고 합니다!”

다부지고 발랄한 인사부터 목소리 데시벨이 한껏 올라가면서 호탕하게 터뜨리는 웃음까지. 영화 ‘외계+인’ 개봉(20일)을 앞두고 18일 서울 종로 소격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배우 김태리(32)의 모습은 화면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점도 있었다. 스케치북 크기의 백지 한 장을 꺼내놓고 인터뷰 도중에도 끊임없이 낙서를 했다. 그의 낙서에는 커다란 하트 모양과 함께 ‘김태리의 변화무쌍’ 같은 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여느 젊은이들처럼 “개멋있다” “쌍따봉(양손 엄지 포즈)” 같은 신조어와 유행어도 스스럼없이 썼다.

결정적으로 달랐던 건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고백하는 점이었다. 그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촬영하는 동안 너무나 많이 실패해서 ‘더 이상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의 정신 상태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4월 최고 시청률 12.6%로 종영했던 인기 드라마의 소감 치고는 의외였다. 김태리는 “운이 좋게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면서 치유의 시간이 비교적 짧았지만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김태리가 됐다. 그 드라마를 통해서 ‘인생 2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제 삶의 변곡점이었다”고 말했다.

외계+인 스틸./뉴스1

2016년 장편 영화 데뷔작이었던 ‘아가씨’ 이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영화 ‘승리호’까지 그의 출연작들은 대부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이전까지는 연기하면서 ‘멋있는 척’을 했던 것 같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목소리를 깔았던 건, 어쩌면 ‘멋있는 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기존 연기를 답습하지 않으려 했지만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알고 보면 김태리는 치열한 ‘노력파’다. 국가대표 펜싱 선수(‘스물다섯 스물하나’)부터 제빵·목공까지 촬영을 위해 배울 적마다 휴대전화로 일일이 영상을 촬영하고 틈틈이 복기한다. 그는 “철학·운동·여행까지 장르 불문하고 배우는 걸 즐긴다. 휴대전화 용량이 넘쳐서 터질 정도로 저장해 두고, 우울할 적마다 과거에 뭔가 배우면서 즐거워하던 모습을 보면 재충전된다”고 했다. 최동훈 감독의 이번 ‘외계+인’ 촬영을 앞두고도 액션 연기를 위해서 6개월 가까이 기계체조를 배웠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1380년대 고려 말에 권총을 들고 다니는 미지의 여인 ‘이안’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류준열(35) 오빠를 따라서 청강하다가, 그 뒤 돈을 내고 정식으로 배웠다”며 웃었다. 실패와 학습을 통해서 연기관에도 변화가 생겼을 터. 그는 “잔잔하게 찰랑거리기보다는 차고 넘쳐서 흘러넘치고 폭발하는 연기를 보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가 실패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