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요? 진짜 좋아해요.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재미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연기를 할 때는 (촬영을 기다리면서) 게임을 실컷 할 수 있거든요. 집에서는 못 하게 해요.”
영화 ‘미나리’로 할리우드의 작은 별(little star)이 된 배우 앨런 킴(10)은 이렇게 말하며 키득거렸다. 동석한 부모 김교중·이재경씨는 ‘저 장난꾸러기를 어떡하나’ 하는 낯빛이었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터뷰의 예고편 같았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을 다룬 ‘미나리’에서 막내 데이빗을 연기한 앨런 킴이 “할아버지·할머니 등 가족을 보러” 7년 만에 내한했다. 지난 18일 만난 그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졸음이 싹 달아나는 ‘표정 부자’였다.
–가족 중에 배우가 있나요.
“누나(13)가 노래를 잘해요. 뮤지컬 ‘겨울왕국’에서 어린 엘사를 연기하는 걸 보면서 저도 관심이 생겼어요(그는 가방과 침대 브랜드의 광고 모델부터 시작했다).”
–‘미나리’가 데뷔작인데 어떻게 데이빗으로 뽑혔나요.
“한인 신문에 윤여정 선생님 사진이 실린 캐스팅 공지가 실렸대요. ‘아홉 살 남자아이를 찾는다’였는데 저는 그때 일곱 살이었어요. 엄마가 ‘안 되겠지만 경험 삼아 해보자’며 제 영상을 찍어 보냈는데 감독님이 뽑아주셨어요(부모에 따르면 멕시코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부부싸움으로 냉전 중이었는데 합격 전화를 받고 곧장 화해했다고 한다).”
–연기는 처음이라 불안했을 텐데.
“2019년 여름에 촬영했는데 연기는 하나도 안 어려웠어요. 화씨 90도(섭씨 32.2도)를 넘는 더위가 문제였지요. 감독님은 ‘대본 외우지 말고 화투 치는 연습만 하고 오라’ 하셨어요. 할머니(윤여정)가 삶은 밤을 깨물어 건넬 때 제가 놀라는 장면도 안 알려주고 촬영한 거예요. 그런 ‘첫 번째 표정’을 영화에 담고 싶으셨대요. TV로 레슬링을 보는 대목에서 저는 사실 피카추 만화를 보고 있었어요. 히히(정이삭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앨런 킴은 할머니가 마실 물에 오줌을 싸도 끔찍하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고 했다).”
–그 영화로 크리틱스 초이스 베스트 아역상을 받고 더 바빠졌겠어요.
“드라마 ‘이콰피나 이즈 노라 프롬 퀸스’와 영화 ‘시어터 캠프’에 출연했어요.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하는 영화 ‘이프’(감독 존 크러진스키)는 촬영 전이고요. 광고 모델 요청도 많아요. 머리에 스프레이를 자주 바르니까 딱딱해지고 감을 때 힘들어요.”
–유명해져서 불편한 게 또 있나요.
“뉴욕에서 아침 8시에 생방송하는 ‘굿모닝 아메리카’에 화상으로 출연하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해야 했어요. 졸려서 답도 제대로 못 했어요(윤여정은 그 사고를 접하고 ‘앨런, 잘 망쳤어. 그래야 무리한 일을 안 시킨다’며 웃었다).”
–가을이면 5학년이 되는데 학교에서 인기가 많겠네요.
“선생님이 ‘앨런은 유명한 무비 스타’라고 말씀하셨는데 친구들이 처음에는 ‘거짓말’이라며 안 믿었어요.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래요. 키가 20㎝ 자랐지만 이젠 거리에서도 알아보고 사진도 찍자고 해요. ‘제 사인을 받아서 이베이에서 팔겠다’는 친구들도 있어요!”
–좋아하는 과목이나 취미라면.
“수학이요. 너무 쉬워요. 게임, 태권도, 아이스크림 그리고 저금을 좋아해요. 별명이 ‘앨런 뱅크’예요. (엄마에게 눈을 흘기며) 나한테 빌려간 20달러 언제 갚을 거야?”
앨런의 아버지는 200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금융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매컬리 컬킨(‘나홀로 집에’)의 사례처럼,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로 다 성공하지는 않는다”며 “연기가 싫어졌을 때 다른 길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 역할”이라고 했다. 더 유명해지고 싶은지 묻자 앨런은 “예!”라고 외쳤다. 숙제를 마친 초등학생처럼 명랑한 데시벨이었다.
☞앨런 킴
출생: 2012년 미국 시카고
거주지: 미국 어바인
좋아하는 것: 게임, 태권도, 아이스크림, 저금
좋아하는 과목: 수학
데뷔 전 이력: 광고모델
데뷔작: 영화 ‘미나리’
수상: 2021 크리틱스 초이스 베스트 아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