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달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가족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녹턴'. 2020년 모스크바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수상작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판타스틱하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현실이죠. 둘 사이엔 그만큼 간극도 커요.”

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은성호(38)씨의 어머니 손민서(65)씨가 다큐멘터리 ‘녹턴’ 간담회장에서 말했다. 이들 가족의 사연을 다룬 ‘녹턴’은 2020년 모스크바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18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손씨는 “드라마 ‘우영우’가 각본이나 연기에서 우리 아이들의 특징을 잘 표현해서 공감이 갔다”면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폐인들은 미술·음악 같은 분야에 재주가 뛰어난 천재들로 묘사되지만, 그 이면의 힘겨운 인간적 사연까지 함께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고 말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은씨는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음악인. 실제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도 즐겨 연주하는 그는 현재 발달 장애인 연주자들의 사회적 협동조합인 ‘드림위드앙상블’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지금도 매일 너덧 시간씩 두 악기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은씨는 “피아노와 클라리넷 모두 좋아요.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에요”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수십 년간의 달력을 필름처럼 기억해서 날짜와 요일까지 척척 맞히는 비상한 기억력도 지니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다큐멘터리 '녹턴'의 주인공 가족. 왼쪽부터 맏아들 은성호, 어머니 손민서, 작은아들 은건기씨. 김성현 기자

하지만 정작 실생활에서는 운동화 끈을 묶거나 단추를 끼우는 일도 버거워한다. 다큐멘터리는 은씨의 빛나는 재능과 힘겨운 일상 사이의 간극을 솔직 담백하게 보여준다. 어머니가 없으면 아들은 혼자서 머리 감기도, 면도도 하지 못한다. “엄마가 (아들보다) 하루도 아니고 한 시간만 더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 다큐에서 어머니 손씨가 털어놓는 마지막 소원이다. 아마도 평생 아들을 돌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다큐는 장애를 지닌 형에게 온종일 매달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거꾸로 소외감을 느끼는 비장애 동생 은건기(32)씨의 인간적 사연도 가감 없이 담았다. 하지만 201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동생의 피아노 반주로 형이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따스한 ‘형제 이중주’를 다큐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다. 이날 간담회에서 어머니 손씨는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소망도 밝혔다. 손씨는 “드라마 이후 장애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도서관이나 버스·지하철에서는 불편한 시선들이 쏟아져서 가끔은 벌 서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장애인이 갑자기 다가와 관심이나 호기심을 보여도 놀라지 말고 3초만 기다려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