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8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2권.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진연주), ‘휴먼의 근사치’(김나현)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진연주 소설가

한국인의 오래된 심성 중의 하나는 ‘기다림’일 것이니, 그것을 표현한 문학작품은 산적해 있다. 향가의 ‘제망매가’에서부터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은 그런 문화물에 몰표를 주어 환호하였다.

또한 우리는 만해와 미당, 최인훈과 이청준 등이 그 자세를 뒤집는 데 성공하였다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도 기다림의 절묘한 변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연주의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문학과지성사)이 보여주는 언어 실험, 혹은 말의 종종거림은 이 기다림의 집단 감성에 발을 담은 자세로, 손으로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의 ‘에스트라공’에게 손수건을 흔들고 있다.

그런 모습은 작품을 직접 읽으며 음미하시기를 바라고, 여기서는 왜 그럴까? 라고 물어보자.

21세기를 통과하면서 한국인의 심성은 크게 변했다. 지금 한국인은 잘 기다리지 않는다. 싫으면 단호히 떠나고, 거절하면 지체없이 돌아선다. ‘강남스타일’은 말처럼 달릴 뿐, 머뭇거리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노래한다. “다들 언제부턴가 말하네. 우릴 최고라고.” 그들은 성공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만 노래를 위해, 노래와 더불어 앞으로 달릴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거미’의 노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음송해보라. 문제는 기다림과 떠남 사이의 변화가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것이다. 기다림에도 이유가 있고, 결별에도 까닭이 있다. 기다림과 헤어짐 사이에도 질긴 사연이 있다. 그런데 이제 내력을 복기하는 일은 드물다. 오직 행동만이 폭발할 뿐이다.

그 결과. 오늘 한국인은 자주 울고 자주 화를 낸다. 웃음은 고함에 가깝다. 넉넉하지 않고 기운만 치솟는다. 그래서 작가는 묻는 것이다. 왜 이리도 울먹거리나? 왜 저리도 팍팍 나가나? 그 까닭이 간단할 수가 없다. 그래서 머뭇거리고 끙끙거리고 감돌고 맴돈다. 모두가, 만사가, 사랑스럽고도 지긋지긋하니 말이다.

이 말들의 끝자락에서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미소가 어디서 오나? 생각하는 부처님께 물으면 그냥 웃을 것이다.

☞진연주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방(房)’으로 데뷔. 장편소설 ‘코케인’ 등을 냈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로 작년 김승옥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