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민주화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을 만든 저우관웨이 감독은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지금 홍콩은 자유세계의 최전선”이라고 했다. /명보아트시네마

13일 개봉하는 영화 ‘시대혁명’은 2019년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한 홍콩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독재를 하려는 세력과 자유를 원하는 시민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기록이다. 제목은 거리에서 외친 구호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에서 가져왔다.

“홍콩인으로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지금 홍콩에서는 2019년 그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다큐멘터리 '시대혁명' /명보아트시네마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는 저우관웨이(周冠威) 감독은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등장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엔드 크레디트는 대부분 가명 처리했다. ‘시대혁명’은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 초청됐고 대만 금마장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그는 “홍콩경찰청장은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했고 친정부 언론들은 저를 체포하라고 요구하는 등 많은 압력이 있었다”며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세계인들이 이 영화를 보면 볼수록 내 안전은 위협받는 동시에 보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홍콩인들을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다. 소수만 이 영화를 봤다. 저우관웨이 감독은 영화를 본 홍콩인들의 반응에 대해 “2019년 시위가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가 존재함으로써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시대혁명' /명보아트시네마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망친 것, 홍콩에서 빼앗아간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홍콩이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약을 깨뜨렸고, 자유와 자치권을 빼앗아갔다. 영국 또한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공포를 뛰어넘는 분노와 절망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 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기 위해 그 단어를 언급조차 못 하게 한다. 형사책임을 지게 되고 구속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상영 자체로 매우 위험하다. “젊은이는 시대에 의해 선택된다. 우리는 선택당하지 않고 우리가 선택하고 싶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다큐멘터리다. 저우관웨이 감독은 “홍콩에서는 개봉도 못 해 해외로 보냈다. ‘시대혁명’이 한국인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에서 가면을 쓰고 인터뷰하는 시위 참가자 /명보아트시네마

“중국 정부의 침묵은 아마도 홍콩에 대한 서방의 관심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유를 잃었고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고도로 문명화되고 자유로운 이 도시에 이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지도 못했다. 이 영화의 존재가 전 세계에 홍콩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홍콩에서 시위는 2020년 초 코로나 사태로 금지됐다. 조슈아 웡 등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대부분 구속됐다. 지금 홍콩은 일종의 휴화산일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분출이 안 되고 있을 뿐 활화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 정부의 법체계를 적용받는 것을 거부한다. 홍콩은 지금 자유세계의 최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