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지면을 찾고 있었습니다. 관객이 있다면 어디든 좋았습니다.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형태가 무엇이든 좋았습니다.

그 시작이 미술평론이라 기쁩니다. 저는 시도 쓸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이상한 글들도 쓸 줄 알지만 스스로 가장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은 미술에 대한 글입니다. 미술은 인간이 형태를 부여한 것 중에 가장 흥미롭고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걸 빚어낸 인간보다 더 흥미로울 때도 있습니다. 자꾸 이해를 거부하거나, 말로 가두려 해도 도망쳐버리는 모습이 제 이목을 끕니다.

그러나 가끔은 곤혹스럽습니다. 미술이 낯설어질 때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낮잡아 말하게 되고, 글이 어려워질 때면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이것은 제가 아직 모르는 세계입니다. 지금 제 앞에, 제가 모르는 세계가 거대하게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쓰겠습니다. 알면 아는 대로 성실하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더 공부하고 쓰겠습니다. 모르는 걸 안다고 우기지 않고 제가 아는 한에서 진실되게 쓰겠습니다. 거대한 세계 위를 재빠르게 비행하며 앞질러 가거나 문 앞에 서서 한없이 기다리지 않고 직접 문을 두드려 두 발로 걸어보겠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한 제 발이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흥미가 갑니다. 그것이 무의식의 산물이라면, 그리고 지금껏 감춰져 왔던 것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올해는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묵묵히 지원해주신 부모님과 이상한 형을 둔 동생. 항상 귀를 기울여준 호연·인예·은채·신영. 그리고 등산 모임과 글쓰기 모임 친구들, 오래 만나지 못한 고향의 친구들에게 모두 감사합니다.

정영수

-1997년 출생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4학년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