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햇살 아래 눈물처럼 쏟은 말들,

천천히 번져가다 물비늘처럼 글썽인다.

희미한 표정만 남긴 채 수척해진 문장들.


수런대던 그때로 하염없이 돌아가서

두어 대 솟은 꽃순 차랑차랑 만난다면,

밝고도 환한 눈길로 글을 다시 쓰리라.


흰 빛깔 떨군 꽃이 하늘로 돌아간 후,

뜨락에 젖어 있던 별빛 같은 글자들이

눈부신 백련의 말씀으로 살아나던 그 순간.

일러스트=이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