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황홀한 비주얼과 웅장한 스케일을 가진 가족 이야기로 사랑받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설 연휴 극장가에서 영화 ‘교섭’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할리우드 SF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24일 오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42일 만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날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에 감동받았다. 감사드린다, 한국(Thank you, Korea)”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인기로 긴 불황에 빠졌던 한국 극장가는 액션 영화 ‘범죄도시2′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천만 영화를 목격했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흥행 부진을 더 이상 코로나나 관객 탓으로 돌릴 수 없고 콘텐츠 자체가 문제라는 게 입증됐다”며 “관객의 소비 패턴이 변했다는 신호도 읽힌다”고 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2' 천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는 영상 메시지에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한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100명 중 62명 ‘특별하게’ 관람

영화는 보통 평면 스크린(2D)에서 소비되지만 ‘아바타2′는 달랐다. 비싼 특수관 관람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CGV에 따르면 관객의 15.5%는 초대형 스크린인 아이맥스(IMAX)로 이 영화를 봤다. 진동과 바람, 물방울 등으로 실감 효과를 높인 4DX 관객(12%), 상영 스크린을 좌우로 확대한 스크린X 관객(5.1%)을 합치면 특수관에서 ‘아바타2′를 만난 관객이 32.6%에 달했다. 일반관에서 3D 포맷으로 본 관객(29.7%)까지 더하면 무려 62.3%가 ‘특별한 방식으로’ 이 영화를 체험한 것이다.

CGV 통계를 보면 ‘아바타2′ 관객은 30대가 30%로 가장 많았고 20대(27%)부터 40대(25.8%)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또 100명 중 5.6명은 이 영화를 보고 또 본 N차 관람객이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콘텐츠가 좋다면 관객은 돈을 더 내고 더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볼 의향이 충분히 있다는 방증”이라며 “흥행작이 계속 나올 경우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특수관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바타: 물의 길'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24일 서울 한 영화관 풍경. CGV의 아이맥스관과 4DX관, 롯데시네마의 수퍼플렉스, 메가박스의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에서는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연합뉴스

◇1인당 관람료도 폭등했다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옮긴 ‘아바타2′는 어떤 형태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몰입감을 준다. 그 결과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관객 수로는 27위지만 매출액으로는 4위(1263억원)를 달리고 있다. 전작 ‘아바타′(1253억원)까지 넘어섰다. 특수관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관람료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1인당 관람료(매출액을 관객 수로 나눈 숫자)를 보면 ‘아바타2′는 다른 천만 영화들과 몸값이 다르다. 할인이나 조조 등으로 정가보다 싸게 보는 관객이 많지만, ‘아바타2′의 1인당 관람료는 1만2668원에 이른다. 직전 천만 영화인 ‘범죄도시2′(1만338원)와 ‘기생충’(8477원)과 견주면 2000~400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악조건을 뚫고 천만 고지를 밟은 셈이다. 김형호씨는 “특히 30대 남성 관객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2009년 3D 혁명을 일으킨 ‘아바타’를 친구들과 함께 본 20대가 이제 넥타이 매고 아이들 데리고 보는 영화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3편은 내년 말에 개봉

‘아바타2′는 세계에서 20억달러(약 2조4700억원) 이상의 흥행 수입을 거두고 있다. 역대 흥행작 6위.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1위) ‘타이타닉’(3위)에 이어 연출작 3편을 ‘20억달러 클럽’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최근 프랑스 일간지 20 Minutes와 인터뷰에서 “3편에는 불과 화산으로 대표되는 ‘재의 종족’이 나오는데 전편들과 달리 나비족의 부정적인 모습을 그릴 것”이라며 “현재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말 개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