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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와 ‘성스러운 거미’ 등 최근 상영작 3편입니다. 관련 기사가 있을 경우에는 링크도 걸어 놓겠습니다.

'다음 소희' 스틸컷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는 전작인 ‘도희야’와 쌍둥이처럼 닮은 점이 적지 않은 작품. 폭력적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라는 출발점이나 가학과 피학, 침묵과 방관 같은 주제도 그렇지만 주제 의식을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역시 흡사하다. 다만 전작은 사건 발생과 대처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반면, 이번 ‘다음 소희’는 이미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다시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사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반을 나눈 ‘다음 소희’의 구성 방식은 무척 독특하고 빼어나지만,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 역할의 한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18분에 이르는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직함’이다.

[수천억 할리우도 大作도, 10억원 예술 영화도 환영]


영화 '성스러운 거미' /판씨네마

‘성스러운 거미’

‘성스러운 거미’는 2018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을 수상한 이란 출신 감독 알리 아바시의 신작. 거리의 여인들을 노리는 이란의 연쇄 살인마를 다룬 이번 작품은 이란판 ‘살인의 추억’처럼 보인다. 당장 짙은 화장과 차도르 차림으로 밤 거리를 배회하는 이란 여성을 보여주는 초반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보여주는 초반은 전형적인 범죄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가 ‘악에 맞서는 성전’이라고 강변하는 후반에 이르면서 사회물로 장르가 절묘하게 변화한다.

남성 살인마와 범행 현장에 뛰어드는 여기자의 대립 구도에서는 ‘양들의 침묵’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의가 실현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여기자는 “모두가 의심스럽다”며 냉소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종교적 근본주의와 사회의 경직성은 결국 약자에 대한 폭력성으로 귀결된다는 리얼리즘 정신이 돋보이는 수작.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피터 본 칸트

프랑수아 오종(56) 감독은 1990년대 데뷔 이후 프랑스 전후 영화의 흐름인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를 뒤이을 기대주로 손꼽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들어서 수작(秀作)과 범작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부침을 겪었던 것도 사실. 오종의 신작인 ‘피터 본 칸트(Peter von Kant)’가 개봉한다.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오종이 흠모하는 독일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45~1982)의 1972년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사랑과 지배욕의 관계를 다룬 점은 같지만, 원작의 여성들을 이번엔 남성들로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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