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도 빈혈을 겪는다. 영·유아에게 가장 흔한 철 결핍 빈혈은 소고기와 시금치 등 균형 잡힌 이유식을 통해 예방할 수 있고 철분제 복용으로 거의 완치된다. 이 밖에도 영·유아 빈혈의 원인은 다양하며, 빈혈 상태가 길어지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생후 6개월부터 철분 고갈

철분은 적혈구를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다. 빈혈로 인해 혈액이 조직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저하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혈액 검사에서 낮은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를 보이면 빈혈이다. 생후 6개월~만 6세의 경우 dL(데시리터·10분의 1리터)당 11~12g의 혈색소가 정상 범위다.

건강한 신생아는 한동안 사용할 충분한 양의 철분을 체내에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생후 약 6개월 이후에는 이런 철분이 고갈된다. 철분 함량이 낮은 모유나 우유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이유식을 통한 철 섭취가 적다면 철 결핍 빈혈에 걸리기 쉽다.

미숙아나 저체중 출생아라면 애초 체내에 저장해둔 철이 부족할 수도 있다. 출생 전후 질식이나 출혈을 겪은 아기도 마찬가지다. 우유 단백 알레르기로 인한 혈변, 소화기 기형·궤양, 항문 찢김 등을 통해서도 철분의 소모나 흡수 장애가 생겨서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 적혈구의 수명이 정상인 약 120일 정도보다 짧아져서 생기는 용혈성 빈혈, 골수가 손상돼 적혈구·혈소판·백혈구를 못 만드는 재생 불량성 빈혈 등 다른 원인이 있다. 이처럼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아 빈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창백한 피부 관찰로는 모를 수도

빈혈은 부모가 눈으로 봐서는 모를 수 있다. 철 결핍 빈혈로 인한 피부의 창백함은 혈색소가 정상치에서 30~40% 이상 감소해야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만약 창백함을 관찰한다면 얼굴보다는 손·발바닥, 손·발톱 바닥, 결막의 창백함을 봐야 알아차리기 쉽다.

피곤함, 운동 시 호흡곤란, 어지러움, 두근거림이 빈혈의 흔한 증상이다. 영·유아의 경우 식욕 감소, 과민성 증가, 졸음증이 나타날 수 있다. 빈혈이 장기간 진행·방치되면 신경 인지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철 결핍 빈혈이 진단되면 대부분 먹는 철분제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처방받은 철분제는 식사와 간격을 두고 공복에 복용한다. 액상 철분제가 나와 있어 영·유아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약제의 부작용으로 변비나 복통, 드물게 설사 등 위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비타민C가 포함된 주스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지만 과다한 주스 섭취는 주의한다.

가장 중요한 건 처방 기간에 꾸준히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철분이 공급되면 하루 이틀 내로 빈혈 관련 증상이 호전되며, 한 달 이내에 혈색소가 올라간다. 철 결핍 빈혈은 치료를 충분히 하지 않아 반복되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지나친 양의 철분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복용 기간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소고기·계란·콩·시금치 좋아

한승민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학과 교수

철 결핍 빈혈은 철분이 충분한 음식 섭취로 예방이 가능하다. 소아의 평균 철분 섭취 권장량은 생후 6개월~5세는 하루 6mg, 6~11세는 8~10mg이다. 건강한 신생아는 생후 4~5개월까지 모유만으로 충분하다.

이유식 식단은 철 함량과 흡수율을 함께 고려해 구성한다. 소고기·계란·닭고기·생선과 같은 동물성 원료는 풍부한 철분을 포함하면서 흡수율도 좋다. 흡수율은 다소 낮지만 많은 철분을 포함한 곡류, 콩류, 시금치 등도 섭취한다. 모유는 흡수율은 좋지만 분유에 비해 철분 함량이 훨씬 낮다. 우유도 함유된 철분 양이 너무 적고 많이 마시면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생후 6개월 이후에도 모유 섭취 위주였다면, 분유와의 혼합 수유나 이유식 보강을 통해 철 공급을 늘려준다. 돌을 지나서 생우유 섭취가 하루 400~500cc 넘는 아이에게서 빈혈이 나타났다면, 생우유를 줄이고 식사량을 늘려 철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