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후 17개월을 넘으면 운동 능력이 급격히 발달한다. 몸으로 떼쓰고 반항하면서 점점 다루기 버거워진다. 언어도 함께 발달하지만, 아직 말을 통한 설득이 잘 통하지 않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어른처럼 ‘조건부 문장’ 이해 못 해

어른들은 협상과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려면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결과를 연결짓는 조건부 문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지금 밥 먹으면, 나중에 아이스크림 줄게’라는 식이다.

언어 이해력과 눈치가 빠른 아이라면, 생후 17개월에도 여기 담긴 뜻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늦되는 아이들은 32개월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대개 이 시기 아이에게 긴 문장으로 설명해봤자 ‘뚜뚜’ 하는 소음처럼 들릴 뿐이다. 눈치가 빨라 조금 알아채더라도 문장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사탕을 하나만 먹어야 하는데, 5개를 먹어서 이가 썩으면, 엄마랑 치과에 가서 치료받아야 해”라고 말해봤자, 아이 귀에는 ‘사탕’ ‘하나’ ‘5개’ ‘썩으면’ ‘엄마’ ‘치과’ 등 소리의 나열로 들릴 뿐이다. 이때는 길게 설명하기보다 “미안해. 사탕이 없어”라고 2~3단어로 짧게 얘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목소리 톤, 표정, 손동작을 곁들이면 좋다. 아이가 막대기로 동생을 때렸다면, 우선 “때리면 안 돼!”라고 단호한 어조와 손동작으로 제지해 상황을 중단시킨다. 그리고 말썽부린 데 대해 2~3개 단문으로 끊어서 차근차근 타일러준다. 몇 단계로 나눠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동생을 때리면 안 돼요” “막대기는 위험해요” “동생이 다쳐요”라고 말해준다. 최대한 아이와 눈을 맞추면서, 아주 느리게 말한다.

만약 식당·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떼쓴다면, 즉시 안아 올려서 다른 장소로 옮기고 “미안해”라고 말해준다. 이처럼 아이 신체를 구속해 말썽을 중단시킬 때는 아이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다독여주자.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했다면, 반드시 격려와 칭찬을 통해 감정의 보상을 안겨준다. 심하게 야단치거나 때리면 아이는 불안해지고 상황 적응력이 떨어지며, 언어·운동 발달이 저해된다. 때론 ‘일시적 무관심’을 통해 말썽을 중단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훈육법이다.

◇떼가 매우 심하면 발달 지연 의심

이 시기 아이들은 분을 못 이겨 동동 구르고, 아무나 때리고, 머리를 찧는 등 자해하고, 말로 부모를 공격하기도 한다. 24개월 전후로 떼가 매우 심해지면, 혹시 발달 지연이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시기 지적 장애나 자폐성 발달 장애, 의사소통 장애가 있을 경우 신체 운동성과 언어 이해력이 함께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또 생후 32개월쯤에는 언어 이해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 24개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언어 이해력 향상을 위해 특수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생후 33~48개월에는 민첩성과 순발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커진다. 아이가 스스로 물건을 옮기다가 떨어뜨려 깨뜨리거나 몸을 가누지 못해 부딪히더라도 야단치지 말아야 한다. 다소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졌더라도 고작 서너 살일 뿐이다. 부모가 함께 팔다리운동을 하고 자세도 잡아주면서 발달을 도와주자.

만 4세가 되면 일상에서 모든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언어 이해력과 표현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다. 어린이집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또래 집단과 만나면서 규율과 규칙을 이해하고 자긍심을 키우는 시기다. 효과적인 훈육법은 규율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체벌이 아니라, 잘 지켰을 때 보상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보상으로는 음식이나 장난감처럼 물질뿐 아니라 격려와 칭찬이 담긴 따뜻한 말, 스킨십, 눈맞춤 등으로 감정을 함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도 어린이집처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로워진 환경에 맞는 행동 규범을 미리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 이때 말로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수시로 상기시켜 준다. 부모가 에너지가 고갈돼 자칫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