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영화제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한다. 세금으로 치르는 영화제에서 소수의 영화계 인사가 조직을 사유화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영화를 상영하는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대가 조국, 다이빙벨

전주시에 따르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총예산은 56억9000만원으로 이 중 35억원을 전주시·전라북도로부터 지원받았다. 반면 영화제의 올해 수입은 13억8000만원 내외로 추정된다.

영화제가 꼭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작품성과 선정 기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017년 사드(THAAD) 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파란나비효과’, 2019년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영화 ‘삽질’ 등 꾸준히 한쪽 입장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상영해왔다. ‘문재인입니다’뿐 아니라 영화 ‘노무현입니다’ ’노회찬 6411′도 편당 최대 1억원을 투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제작을 지원받았다. 우파 성향의 한 영화 감독은 “신인 감독을 발굴한다는 명목하에 영화제를 통해 편향된 영화를 지원하면서, 좌파 영화 감독들을 키우려는 것”이라면서 “어디를 가나 심사위원단에 좌파 성향 인사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우파 영화는 발을 붙일 데가 없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명부터 사퇴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도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영화제 안팎에서 “조 전 장관을 두둔하는 듯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조직위원회는 상영을 강행했다. 이준동 당시 집행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동생이자 영화계 대표 ‘친문(親文)’ 인사로 꼽힌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역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왜곡된 사실을 담은 ‘다이빙벨’, 천안함 좌초설을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등을 상영해왔다. 2014년 부산시는 ‘다이빙벨’이 정치적으로 치우친 영화라며 상영을 반대했으나 영화제 측은 이를 강행했다.

올해 28회째인 BIFF는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시와 갈등을 겪었던 이용관 이사장의 독단 인사로 또 한 번 파행 위기에 놓였다. 이 이사장이 운영위원장직을 신설해 본인의 측근인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앉히면서 지난 11일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 위원장이 시에 의해 해촉되자, 표적 감사의 희생양이라며 편을 들었던 인물이다.

그동안 누적돼왔던 측근 인사, 폐쇄적인 조직 운영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영화인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여성영화인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조종국 운영위원장에 대해 내외부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몇몇 관계자의 영화제 사유화, 부산국제영화제의 고질적인 측근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사태 수습 후 조기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 영화계 인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영화의 제작을 지원하거나 영화제에 상영해주면서 입소문을 내고 개봉 후에 관객을 모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영화제를 지자체 예산으로 자기편을 키워주는 창구로 쓰는 것”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