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연합뉴스

부커재단은 23일 밤(현지 시각) 영국 런던 스카이 가든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를 2023년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불가리아어로 쓰인 작품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을 영어로 옮긴 미국인 번역가 앤절라 로델도 작가와 함께 상을 받았다. 레일라 슬리마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은 “이 소설은 아이러니와 우울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의 기억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상을 준다. 한국 작가 중에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았다.

소설 ‘고래’로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한국 작가 천명관(59)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간 2018년 한강 작가의 ‘흰’, 작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이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고래’는 천 작가가 40세에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로,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다. 산골 소녀에서 작은 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환상적이면서,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책이 올해 1월 김지영 번역가를 통해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이번 부커상 후보에 오르게 됐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를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탈근대 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를 조명한 풍자적 소설”이라고 평한 바 있다.

천 작가는 이날 수상작 발표 이후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의 재밌는 이벤트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기자와의 통화에서 “책이 19년 전 번역돼서 나왔다면, 아마 상의 후보에 오르지도 않았을 거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때에 맞춰 책이 번역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천 작가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뜨거운 피’의 감독을 맡아 작년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에 대해 그는 “상의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소설을 다시 쓸 것이고 순서도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