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인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흔에는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지쳐 있는 마흔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포기하고 싶은 마흔에게는 삶의 힌트를 주고….”(책 ‘김미경의 마흔 수업’)

최근 서점가에 40대를 겨냥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인생 중반부에 들어선 막막함을 털어놓을 데 없는 40대를 위한 지침서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다. 작년 11월 출간 후 20만부 넘게 팔린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부제: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올해 2월 이후 줄곧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비롯해 ‘마흔,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마흔에 다시 읽는 논어, 인생수업’ ‘어쩌다 마흔, 이제부턴 체력 싸움이다’ 등 ‘마흔’ 또는 ‘40대’가 제목이나 부제에 들어간 책이 작년 한 해 43종, 올해 들어 19종이 출간됐다.

‘마흔’ 책은 ‘서른’ 책을 작년에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교보문고를 통해 분석해보니, 작년 ‘마흔(40대)’을 내건 책은 ‘서른(30대)’ 제목 책(32종)보다 많았다. 2020년엔 ‘서른’ 책이 50종으로 ‘마흔’ 책 39종을 앞섰고, 2021년에도 ‘서른’ 책(54종)이 ‘마흔’ 책(37종)을 훌쩍 넘었으나 역전됐다. 40대가 30대를 제치고 가장 큰 책 구매층으로 자리 잡으며 출판사들의 관심도 이동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교보문고 회원의 온·오프라인 책 구매 데이터를 보면, 2011년 20대(30.8%), 30대(27.4%), 40대(25.1%), 50대(7.7%) 순으로 구매가 많았지만, 2015년 40대가 20·30대를 넘어서며 역전했다. 작년엔 더 격차가 커져 40대가 35.9%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3.5%), 20대(16.3%), 50대(15.9%) 순이었다.

그래픽=이지원

‘독자층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출판계에선 넷플릭스·유튜브·웹툰 등이 인기를 얻으며 새로 유입되는 젊은 독자가 줄어든 탓으로 보고 있다. 40대 관련 책 출판을 준비 중인 파주의 한 출판사 대표는 “40~50대는 독서의 즐거움과 깊이를 맛봤던 세대로, 요즘 유행하는 웹툰이나 소셜미디어 콘텐츠에선 충분한 위로나 사유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생각에 책을 계속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마흔’ 책 중에는 에세이와 자기계발서 외에 논어·주역 등 고전을 통해 삶의 해답을 구하는 철학 교양서, 재테크와 체력 관리를 위한 실용서 등도 활발히 나오고 있다. ‘서른’ 책을 냈던 저자가 독자와 함께 나이 들어 ‘마흔’ 책을 쓰기도 한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저자 김혜남은 2008년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을 썼고, 김미경은 2011년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언니의 독설’을 냈었다.

‘마흔’ 책들이 40대의 갈증과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까. 온라인엔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나이,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는 부분을 읽고 어찌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같은 후기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