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의 시간이 더 젊어졌다” “형님 아직 살아계신다”....

지난 10일 가수 나훈아가 “잠 못 드는 하얀 새벽에 지었다”며 신보 ‘새벽’을 공개하자 터진 반응들이다. 특히 공개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삶’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 ‘아름다운 이별’ ‘타투’ ‘가시버시’ ‘기장갈매기’ 총 6곡을 실물 음반 대신 뮤직비디오(MV)로 먼저 선보였다. 나훈아가 이 같은 방식으로 새 앨범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훈아는 신곡 '기장갈매기'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갈매기 춤'을 추고, 폭력배를 물리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유튜브

반응은 뜨거웠다. 조회수 70만회를 넘긴 ‘기장갈매기’는 지난주(14~20일) 유튜브 국내 인기 뮤직비디오 톱100 차트 16위, ‘삶’은 52위,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는 74위에 올랐다. BTS 정국, 뉴진스, 임영웅, 아이브 등이 포진한 이 차트에 이름을 올린 70대 가수는 나훈아뿐이다.

‘기장갈매기’는 특히 아이돌 그룹처럼 ‘포인트 안무’와 ‘쇼츠(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를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하와이안풍 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나훈아가 양손을 교차해 날개처럼 퍼덕이는 일명 ‘갈매기 춤’을 직접 추고, 조폭들과 4대1로 싸워 물리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하드록과 블루스풍 트로트 사운드를 접목시킨 ‘타투’에선 나훈아가 직접 문신 시술을 받고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를 모는 쇼츠를 공개했다.

“이제는 사랑도 문자로 하고/ 이제는 이별까지 카톡거리고”라며 요즘 사랑 행태를 꼬집은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는 젊은 층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택했다. 영상 속 캐릭터가 연주한 진득한 반도네온(아코디언 비슷한 악기) 소리 위에 나훈아 특유의 비음 섞인 트롯 창법으로 ‘카톡카톡카톡/카톡이는 세상’이란 가사를 간드러지게 얹었다.

‘전곡 뮤직비디오’와 ‘포인트 안무 쇼츠’ 제작은 요즘 아이돌의 대세 전략으로도 꼽힌다. 최근 틱톡,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서 타이틀 곡이 아닌데도 입소문을 탄 곡들이 멜론 등 대형 음원 사이트에서도 인기 곡으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진 데 맞춘 것이다.

나훈아의 이번 행보는 특히 “젊어지고자 트롯의 틀을 벗어던지는 대신, 함께 세련되어지길 택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코믹한 ‘B급 감성’을 택한 기장갈매기 영상도 면면에는 ‘테스형’처럼 자신의 인생 철학을 담아 가사 쓰길 즐기는 나훈아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오륙도 돌고 돌며 나래 치는/내가 바로/내가 바로 기장 갈매기”처럼 부산 상공을 날아다니는 실제 갈매기와 ‘기장갈매기’란 별칭을 가진 의리의 주먹대장 시점을 절묘하게 오가는 가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내 청춘은 누가 뭐래도 의리 하나다” “내친김에 광안대교도 접수를 한다” 등의 대목에선 부산 초량동 출신이자, 2005년 본지 인터뷰에서 ‘여자 무용수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등 깡패들 작태를 참을 수 없어 자주 싸웠다. 일곱 번쯤 경찰서에 들어갔다 훈방됐다’고 밝혔던 나훈아의 과거 일화들을 연상시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나훈아의 신곡은 요즘 중·장년층도 카톡을 쓰고 오토바이를 몬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이들의 경험으로도 세련되고 색다른 곡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