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과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 조절 물질 ‘옥시토신’을 소개한다. 이 물질은 진화적으로는 포유류에서만 효과를 나타낸다. 즉 아이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는 모성을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 물질이 행복 관련 물질 중에서도 ‘궁극적 물질’로 인정받는 이유가 있다.

옥시토신은 부모가 아이를 낳아 기를 때 나온다. 특히 여성이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매우 활성화된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에도 방출량이 매우 많아진다. 남성도 배우자가 출산할 무렵 옥시토신이 활성화된다. 아버지가 되는 데 필요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아이에 대한 사랑, 책임감과 연관된다는 보고가 있다.

옥시토신에 대한 연구는 프레리 들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프레리 들쥐 뇌에 옥시토신을 직접 주입하면, 주변에서 반대 성별인 들쥐 한 마리와 평생 짝을 이룬다. 또 옥시토신 분비를 조절하면, 새끼에 대한 암컷 쥐의 양육 행동을 유도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새끼가 부모에게 애착 행동을 하는 것도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옥시토신은 남녀 간 사랑, 출산, 양육, 애착 등에 폭넓고 강력한 조절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착은 아이들 인성 발달의 첫 단추다. 어머니에 대한 신뢰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로 연결되고, 평생 대인 관계를 맺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 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면, 그 반대 상황이 발생한다. 세상을 불신하고 만나는 사람을 믿지 못해 고립된 삶을 살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거나 학대받고 자란 아이들에 대한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애착 장애(attachment disorder)다. 아무에게나 안기고 따라가거나, 반대로 극도로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애착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낮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행히 정상적인 돌봄과 사랑을 받으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옥시토신을 인간에게 주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동물 실험처럼 뇌에 직접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프레이 형태로 코를 통해 분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방법은 뇌에서 실제 옥시토신 분비를 늘리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실험에서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뿌린 사람은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협동 작업을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