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오른쪽)과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유자 왕 페이스북

지난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王羽佳·36)의 독주회. 연주회 직전의 무대 최종 리허설에서 유자 왕의 곁에 나란히 앉은 푸른 눈의 북유럽 청년이 있었다. 최근 네덜란드 명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된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였다.

최근 유자 왕을 만나기 위해 내한한 메켈레는 이날 독주회에서도 관객으로 1층 객석에 앉아서 연주를 감상했다. 공연장 복도에서 그를 알아본 한국 팬들의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거꾸로 지난달 메켈레가 지휘한 오슬로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 때는 유자 왕이 연주 일정이 없었지만 메켈레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한했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스타 커플’이 두 차례나 서울에서 공개 데이트를 한 셈이다. 나이는 유자 왕이 아홉 살 연상이다.

유자 왕은 랑랑과 더불어 21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인기 피아니스트다. 베이징 출신의 그녀는 15세에 미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다. 2007년에는 피아노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대타로 보스턴 심포니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면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평소 짧은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서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몰고 다닌다. 이날 내한 독주회에서도 1부에서는 옆구리가 깊게 파인 반짝이 드레스, 2부에서는 흰색 롱 드레스를 입고서 메시앙과 드뷔시, 쇼팽과 베토벤의 곡들을 연주했다.

메켈레도 오슬로 필과 파리 오케스트라에 이어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임명되면서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스타 지휘자다. 핀란드 명문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지휘와 첼로를 전공했다. 2017년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과 연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오슬로 필하모닉, 2020년에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각각 선임됐다. 지난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차기 지휘자로 임명됐다. 이 악단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흔히 ‘세계 3강’으로 꼽힌다.

둘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클래식 사이트 등을 통해서 염문설이 불거졌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는 평소 협연 등을 통해서 자주 협업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연인이나 부부도 적지 않다. 급기야 올해 초 유자 왕이 메켈레와 함께 있는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연인 관계임을 ‘인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