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뇌 안쪽에 대상회(帶狀回·cingulate gyrus)라는 부위가 있다. ‘cingulate’는 라틴어로 벨트를, ‘gyrus’는 뇌 표면에 있는 구부러지고 튀어나온 이랑 같은 부위를 말한다. 허리띠 모양의 대상회의 앞쪽에 ‘행복의 열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기능이 나빠지거나 손상이 생기면 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부위가 중요한 것은 ‘감정의 뇌’와 ‘생각의 뇌’가 교차하기 때문이다. 대상회는 ‘생각의 뇌’ 전두엽을 도와 실행 기능을 담당한다. 생각의 고위 중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감정의 뇌’ 일부로서 감정 처리와 형성에 관여한다. 즉 두 가지 역할을 함께 조절하는 뇌 부위다. 대상회의 이러한 기능을 ‘조현 기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신의학계는 ‘정신분열병’ 대신 ‘조현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정신분열병에서 보이는 사고 장애와 정서 장애가 인간 뇌의 조현 기능에 결함이 생겨서 발생한다는 것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 기능이 망가지면 조현병 외에도 정신 장애,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증(ADHD),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조현 기능은 인간 정신의 꽃이자, 취약 지점인 것이다.

반대로 조현 기능이 잘 발달하면 어떻게 될까? 세련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타인을 돕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동시에 지나친 감정 동요를 막을 수 있다. 전두엽과 대상회는 거친 표현을 순화하며, 합리적 판단과 적절한 행동을 유도한다.

오랫동안 억제된 감성은 어떤 계기를 만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수 있다. 많은 예술가가 조울증을 앓았고, 그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예술가는 누구보다 감정 뇌의 활동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전두엽과 대상회 기능이 더욱 중요하다.

행복의 한 가지 모습은 평상심 또는 일상에서 느끼는 안정감이다. 즉 균형이 잡힌, 여유가 있는 상태다. 우리 아이 뇌를 행복한 뇌로 발달시키려면 이 균형 감각, 바로 조현 기능이 발달해야 한다. 그 핵심적 부위가 바로 대상회이니 얼마나 중요한 부위겠는가.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