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전블루소극장에서 6일 열린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 대회 모습. 사회를 본 가수 박학기(가운데)는 “(김민기 대표는) 학전이 연극과 음악을 키우는 데 쓰이길 원했다. 이번 대회는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할 씨앗을 만나는 자리”라고 했다. /윤수정 기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가수 고(故) 김광석의 스물여덟 번째 기일인 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 대회’가 열렸다. 대상 격의 ‘김광석상’은 통기타와 아쟁으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선보인 이상웅·정지윤씨에게 돌아갔다. 환히 웃는 사진으로 무대 배경에 걸린 김광석이 생전 받았던 환호가 다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 대회는 ‘학전’과 ‘김광석’의 관계를 상징한다. 학전 대표인 가수 김민기는 김광석추모사업회 회장을 겸임 중이다. 2012년부터 매해 김광석의 기일에 맞춰 ‘김광석 노래 다시 부르기’ 행사를 열어 왔다. 1991~1995년 김광석이 학전에서 10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연 인연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김광석의 음악 정신을 이어받은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김광석 노래상 경연 대회’를 만들었다. 그간 이 행사에 참여한 가수들이 너도나도 개런티 받기를 사양하며 보탠 돈들이 김광석추모사업회에 모여 기금 4억원으로 발전한 결과였다. 학전 운영을 맡고 있는 가수 박학기는 이날 대회 사회를 보며 “(김)민기 형님이 ‘액수가 같다고 다 똑같은 돈이 아니다. 친구들의 사랑이 모였기에 어마어마한 공력이 있고, 언젠가 큰 힘을 발휘할 돈’이라던 그 기금이 이 대회로 이어졌다”며 “형님은 모를 옮겨 심듯 곳곳에 연극과 음악을 키우는 데 학전이 쓰이길 원했다. 이 대회도 큰 아름드리로 성장할 씨앗들을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대회는 학전이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암 투병으로 오는 3월 15일 창립 33주년 기념일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열렸다. ‘학전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가 될지 모른다’며 150여 석 무료 티켓이 예매 시작 직후 동이 났다. 공연 당일에도 티켓을 찾는 관객 대기줄이 늘어섰고, 학전의 대표 상징물인 ‘김광석 추모 노래비’ 앞에는 그를 기리는 꽃과 소주, 담배와 라이터 등이 쌓여 갔다. 김광석의 팬클럽이자 그의 법명인 ‘원음’을 따라 결성된 노래패 ‘둥근소리’에서 보낸 꽃바구니도 있었다.

학전의 대표 상징물인 ‘김광석 노래비’에 관객들이 추모 꽃을 놓았다. /윤수정 기자

이날 본래 심사위원장이었던 김민기 대표는 항암 치료 후 컨디션 난조로 관객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수 정원영을 비롯해 동물원 박기영, 가수 권진원, 작곡가 김형석, 작사가 심현보, 홍수현PD, 가수 이적이 심사에 참여했다. 13세 이상 178팀이 예선에 지원해 총 7팀이 본선인 이날 경연 대회 무대에 올랐고, 각각 김광석의 발표곡 1곡과 자신들의 미발표 창작곡 1곡씩을 펼쳐 보였다.

심사 후 작곡가 김형석은 “우린 늙어가는데 광석이 형은 (사진 속) 그대로인 모습이 너무 부럽다. 여러분 덕에 광석이 형이 영생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가수 권진원은 “학전에 오랜만에 와 어린 뮤지션들을 보니 참 대견하고 마음이 꽉 찬다. 감상하며 찌릿찌릿하게 전율이 왔고, 눈물까지 맺혔다”고 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대회의 끝에는 장내 모든 참석자와 관객이 기립해 김광석의 명곡 ‘일어나’를 뜨겁게 합창했다.

학전과 김광석상 경연 대회의 행로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학전 장기 임대 여부’ 조율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박학기는 “돈이 되지 않아도 양질의 어린이극과 청년 뮤지션을 지원할 것, 김광석 추모 노래비 등 공간의 상징성을 이어갈 것 등 학전만의 운영 철학을 위한 여러 조건이 있다”며 “그 조건들의 조율 여부에 따라 학전과 김광석상의 지속 방향과 구체적인 형태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학전을 청소년극이나 가수들 무대로 만들어 달라는 김민기씨 말씀도 있었다”며 “가능하면 끌어온 분 의향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달 28일부터 3월 14일까진 학전의 새 길을 모색하기 위한 ‘학전 어게인’ 공연이 열린다. 이은미, 한영애 등 가수 32팀, 황정민, 장현성 등 배우 15명이 학전에서 매일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오는 10일 예매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