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고려 거란 전쟁'. /KBS2 제공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가 16화 이후의 드라마 내용에 대해 분노를 표현했다. 원작은 물론, 역사적 사실에서도 벗어난 내용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16화 양규의 전사 이후 원작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난 13~14일 방송된 KBS ‘고려거란전쟁’ 17~18화에서는 양규 장군 사망 이후 고려의 상황이 그려졌다.

길 작가는 “현종은 나주에서 개경으로 돌아오고 있는 와중에 공주에서 전령을 만난다”며 “여기서 양규가 곽주를 탈환하고, 3만의 포로를 구하다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까지 현종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는데, 양규의 이야기를 듣고 각성한다”며 “앞으로 한탄 따위는 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신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길 작가는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도 (원작에) 나오는데,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며 “그리고 당연히 ‘KBS 고려거란전쟁 18화’에 묘사된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는 없다”고 했다.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글로 보인다.

길 작가는 이 글을 읽은 네티즌이 남긴 댓글에서는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현종을 충직한 신하 목 조르려 하다가 개경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하고, 무고한 백성과 충돌해 낙마하는 중2병 금쪽이로 만들어버렸다”고 했고, 이에 길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써야 하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되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종 낙마 사고 보고 너무 황당해서 실제 역사인가 찾아보다가 이 글까지 보게 됐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이건 막장”이라고 했고, 길 작가는 “저도 굉장히 놀랐다. 전작 ‘태종 이방원’에서 말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또 낙마라니…쓸데없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길 작가는 “16화까지는 그래도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는데, 17화부터는 대본 작가가 완전히 자기 작품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제가 쓴 원작과 역사책을 KBS에 제공했다. 재미있게 쓸 실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데도 자기 고유의 대본을 쓰겠다고 저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본 작가가 늦게 합류해 연구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시간상 실력이 뒷받침 될 수도 없다”며 “다음 주부터는 대본 작가가 정신 차리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길 작가는 양규의 죽음으로 각성하는 원작의 현종과 다른 드라마 속 현종 캐릭터에 관해 “제작진에게 잘 설명해 줬는데, 결국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달이 났다. 대본작가 문제가 생각보다 더 크더라”고 했다.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길 작가는 이 밖에도 “대하사극이 아니라 웹소설 같았다” “드라마가 3류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KBS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다뤘다. 18화에서는 2차 전쟁 후 지방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현종과 그에 반기를 든 신하들과의 대립이 그려지며 드라마의 후반부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