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옥·정승원씨 부부와 오남매가 23일 저녁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자택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넷째 지윤, 첫째 서윤, 장영옥씨, 셋째 재윤, 둘째 하윤, 정승원씨와 막내 예윤. /김지호 기자

“첫째는 의젓하고, 둘째는 섬세해요. 다섯 아이 모두 각자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장영옥(40)씨는 오 남매 엄마다. 그는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아이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볼 때 이 아이들을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씨는 2009년 정승원(46)씨와 결혼했다. 교회에서 만났다. 경기 용인에 정착해 살고 있다. 2010년 첫째 딸 서윤(14)이가 태어났다. 남편 정씨는 “서윤이가 혼자 자라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2013년 둘째 딸 하윤(11)이가, 2015년엔 아들 재윤(9)이가 태어났다. 셋째가 태어나자 아내 장씨는 다니던 삼성전자를 그만뒀다. 그동안 시댁에서 육아를 도와줬지만 더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7년 넷째 딸 지윤(7)이가, 이듬해 막내딸 예윤(6)이가 태어났다. 막내는 제왕절개로 6주 일찍 세상에 나왔다. 오 남매가 되자 삼성전자에 다니는 남편 정씨도 6개월 육아휴직했다. 부부가 오 남매 육아에만 매달렸다.

정씨는 “이때가 결혼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아내 장씨는 “기저귀 찬 연년생 자매가 서로 분유를 뺏고 엄마 사랑 더 받겠다고 다툴 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육아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요즘도 평일 아침은 ‘전쟁’ 같다. 아침에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먹이는 가운데 준비물까지 챙겨야 한다. 오전 8시 30분 중학생인 첫째가 등교하면 연달아 1시간 동안 네 동생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간다. 이후 집 청소를 하고 설거지, 빨래를 한다. 숨 돌릴 틈이 없다. 오후 1시 30분부터 오 남매가 차례차례 하교한다. 남편 정씨는 오후 8시쯤 귀가하면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고 느낌을 서로 얘기하는 ‘독서 모임’을 한다. 이후 부부가 함께 아이들을 씻기고 재운다. 장씨 부부는 “막내가 기저귀를 뗐을 때 ‘드디어 우리 집에서 10여 년 만에 기저귀가 없어진다’며 서로 안고 울었다”고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고, 첫째 딸 서윤이가 동생들을 잘 이끌어준다. 남편 정씨는 “서윤이가 동생들에게 방 청소와 숙제, 샤워를 하도록 시킨다”고 했다. 동생들이 아빠보다 서윤이 말을 더 잘 듣는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첫째가 동생들 공부도 시켜주고, 남매들이 서로 모여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논다”며 “힘들지만 오 남매 사이에 이런 우애가 생기는 모습을 볼 때 다섯 낳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내 장씨는 “막내가 밤에 침대에 누웠을 때 제 팔을 주무르길래, 왜 그러느냐고 하니 ‘엄마가 좋아서요’라고 하더라”라며 “아이들이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할 때마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이 부부의 가장 큰 바람은 ‘둘만 손잡고 동네 산책하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6개월 전쯤 남편 직장에 한 달에 평일 하루를 쉬는 ‘패밀리 데이(가족의 날)’가 생겼다. 아이들이 귀가하기까지 낮 데이트를 할 몇 시간이 생긴 것이다. 아내 장씨는 “남편이랑 인근 남한산성도 가고, 둘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니 너무 좋다”며 “아이들 키운다고 남편을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요즘 부쩍 든다”고 했다. 남편 정씨는 “아내가 직장 잘 다니다가 육아 때문에 경력이 끊겼다. 미안함을 넘어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장씨 가족 7명은 용인의 3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짐이 점점 늘어나자 지난해 지금의 43평 월세 아파트로 옮겼다. 경제적으론 넉넉하지 않다. 아이들 학원비에 대출 이자, 월세 등 돈 들어갈 데가 많다. 장씨는 “가족이 조금만 움직이면 수십만 원이 들고, 여행을 가려 해도 4인 가족의 2~3배가 든다”며 “남편 혼자 벌어선 점점 힘들어져 최근엔 저도 편의점 등에서 알바를 했다(웃음)”고 했다. 그는 “주변에선 ‘자녀가 많으니 정부 혜택이 많지 않으냐’고 하는데, 정부가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고 있다고 체감한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장씨는 “요즘은 각 지자체가 출산 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 같다”며 “그것도 좋지만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에 대한 지원책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가령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부모에 대한 일자리 지원이나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많아지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체감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실제 양육하는 부모들이 주변에 ‘애 키우기 너무 힘들다’고 하면 이것이 전파돼 신혼부부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