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 /바로엔터테인먼트

“연기하면서 선재가 좋았고, 선재를 많이 사랑했어요. 제 인생작(作)이라고 생각해요.”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은 또 한 명의 배우가 탄생했다. ‘청춘기록’ ‘20세기 소녀’ ‘소울메이트’ 등 청춘물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변우석이 이번에는 몇 번의 시간을 되감고도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정남이 됐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류선재 역을 통해서다. 열아홉 수영선수, 스물의 대학생, 서른넷의 아이돌 출신 톱스타까지, 한 인물의 여러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까다로운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우석은 “네다섯 개의 캐릭터가 있는 느낌이었다”며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부담감도 있었지만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하며 톤을 잡았다”고 했다.

10개월 촬영 후 방영기간 2개월, 그 1년 동안 변우석은 선재로 살았다. 처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는 너무 좋아 믿기지 않았다며 “이게 나한테 왔다고?”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대본이 정말 아름다웠다. 선재를 연기하며 순간순간 들었던 감정들이 좋았고,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좋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며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스틸컷. /tvN

‘월요병 치료제’. 시청자들이 주말이 끝난 첫날인 월요일이 싫기는커녕 기다려진다고 하며 붙인 별명이다. 변우석도 “이 말이 너무 좋더라”라고 했다. 그는 “저도 월요일이 싫었던 적이 있어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며 “그런데 그 순간이 행복해졌다고 얘기해주시니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느껴졌다”고 했다.

늦게 핀 꽃은 아름다웠다. 데뷔 9년차에 얻은 폭발적인 인기 뒤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JTBC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꽃 피면 달 생각하고’ ‘힘쎈여자 강남순’ 등 다양한 작품에 조·주연으로 출연하며 성장해왔다. 항상 전작보다 나은 연기를 펼치려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매 작품마다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 선배 배우 윤여정으로부터 “너 연기 처음하지”라는 다정한 핀잔을 들었던 그는, 처음으로 남자주인공을 맡은 이 작품에서 ‘로코 천재’로 자리매김했다.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우직하게 달리는 그의 모습은 선재와도 닮았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스틸컷. /tvN

하지만 촬영 내내 즐겁기만 하진 않았다. 매 씬마다 감정과 체력을 쏟아냈던 탓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던 순간들도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만족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쉬웠을 장면들도 있을 터다. 이를 묻는 질문에 그는 “대학생 선재로 나오는 씬, 후반부 성인 선재로 나오는 씬 몇 개”를 꼽았다. 그러면서 “제가 컨디션 조절을 잘 못했거나, 감정 표현에 대해 잘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우석은 이번 작품에서만 여러 번 죽었고, 이전에도 죽음으로 퇴장하는 역할을 여러 번 맡았다. 이에 ‘사망 전문 배우’라는 별칭을 지닌 배우 김갑수의 이름을 딴, ‘아기 갑수’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이는 작품을 고를 때 아픔이 있는 인물에 끌리는 변우석의 ‘취향’ 때문이다. 그는 “아픔이 있는 인물을 볼 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캐릭터가 평범한 삶보다는 어느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 있을 때 인간적으로 돌봐주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변우석. /바로엔터테인먼트

변우석은 각종 화제성 지표 1위를 휩쓸며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선업튀’ 팝업스토어에는 새벽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얼마 전 진행된 팬미팅 예매에서는 70만명이 넘는 접속자가 몰렸다. 이번 작품으로 입덕해 과거 모습들을 톺아보는 팬들도 많다. 변우석은 ‘팬들이 제일 먼저 봐줬으면 하는 작품’으로 ‘디어 마이 프렌즈’를 꼽았다. 그는 “조금 나오는 데다, 제가 감정적으로 많이 표현하는 건 없다”면서도 “극 자체가 아름답고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제가 찍었던 건 다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변우석은 아직도 연기에 굶주린 상태다. 몇 해 전 인터뷰에서 ‘모든 걸 내걸고 한 사람 만을 사랑하는 역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 OST를 불러보고 싶다’고 했던 그는 이 작품으로 소망을 이루게 됐다. 이번 작품으로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녔다. 그는 “액션, 딥한 멜로, 말도 안 되는 판타지 등 해보고 싶은 게 많다”며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작품을 할 때 최선을 다했다. 항상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전작을 보며 부족했던 부분을 고민하고 보완하려 했다”며 “누군가는 다음 작품을 보고도 ‘선재 똑같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하면 다른 모습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