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수 김창완이 그린 47개의 동그라미’라는 글을 봤다. 그가 라디오 DJ로 활동할 때 직장 생활 스트레스로 살이 빠졌다는 한 청취자의 편지 사연을 받고서 쓴 답장이었다. 그는 편지에서 ‘종이 여백에 되는 대로 동그라미를 그리겠다’고 하고선 총 47개의 작은 원을 그린다. 그중 완벽한 모양의 원은 두 개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찌그러진 모양이었다. 그는 모양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는 세모나 네모가 아닌 동그라미라며 우리 일상도 동그라미처럼 매일이 완벽할 수 없다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의 통찰에 이마를 쳤다.

인생에 특별할 것이 없다며 한탄하던 친구가 있었다. 어른이 되면 대단한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보통의 취미를 가졌으며 가끔 연애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 영화 같은 삶을 동경했으나, 사실은 20대 내내 남들과 똑같이 평범해지려고 무던히 노력했다는 깨달음. 이번 생에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에 절망했다.

그 후로도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만난 옆자리 승객과 로맨스에 빠지거나, 로또에 당첨돼서 유학을 떠나는 따위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예상치도 못한 시기에 실직하거나 불성실한 연인으로부터 실연을 당하기도 했다. 가족의 건강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고 돈을 빌려준 친구가 잠적하는 통에 울기도 했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동그라미듯이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 각자의 삶이 완성된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며 그날의 감정에 충실하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인생의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이 잘 안 써지는 날이면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떠올린다.